조선 국가의 상징이자 전통 건축의 정수인 종묘 정전이 5년의 보수 공사 끝에 일제 강점기 이후 100여년 쌓인 ‘인공’을 빼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기존 공장에서 만든 기와와 시멘트 등을 걷어내고 전통 그대로의 수제로 교체했다.
국가유산청은 20일 오후 6시 30분 종묘 정전에서 제향인 고유제(告由祭)를 통해 조선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神主·위패) 49위가 환안(還安·무사히 복귀)했고 이를 마지막으로 5년에 걸친 정전 보수 공사가 모두 완료됐음을 고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자인 국가유산청 최응천 청장과 함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어 진행된 종묘 정전 준공기념식에서는 수리 과정을 담은 영상 상영, 그리고 정전 외벽을 배경으로 미디어 파사드와 함께 특별공연이 진행됐다.
최응천 청장은 “종묘 정전의 보수는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우리 전통 기술로 옛 장인의 손길을 되살리고 과거와 현재에 이어 미래를 연결하는 작업이었다”며 “수리 완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잊혀졌던 전통을 일상 속에서 되새기는 계기”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보수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붕 기와의 교체다. 기존에 설치된 공장제 기와가 오랜 세월에 훼손되면서 이번에 아예 전통 기법과 재료로 수제 기와 약 7만 장을 만들어 모두 교체했다. 정전 앞에 깔려 있던 시멘트 모르타르도 걷어내고 원래 모습대로 수제 전돌 7000여 장을 깔았다. 전통 소재를 이용한 기법으로 외부 단청도 칠했다. 정전 월대의 석축도 일부 수리했다.
당초 2020년 시작된 공사는 2022년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지붕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수리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보수 공사에는 약 200억 원이 투입됐다. 정전을 본격적으로 해체하기 전인 2021년 6월 정전 내 모셔져 있던 신주를 창덕궁으로 이안해 임시 봉안해 왔다. 국가유산청 측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정전 지붕과 기둥을 수리했으나, 이번이 가장 규모”라며 “3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공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종묘 정전의 공사 완료는 신주의 환안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임시 거처인 창덕궁 옛 선원전을 떠난 신주 행렬은 왕의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인 신연(神輦)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은 가마 28기와 말 7필을 포함한 총 1100여 명의 인원이 광화문 광장을 거쳐 종묘까지 약 3.5㎞ 구간을 행진했다. 이번 환안제는 공식적으로 1870년 이후 155년 만에 펼쳐지는 대규모 행사다.
이안과 환인 전체 과정은 조선 헌종 대인 1835∼1836년에 종묘를 증축한 과정을 정리한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날 유인촌 장관은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오늘 이곳에서 종묘의 위엄과 품격을 다시 온전히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수리 완공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을 맞아 오는 24일부터 다음날 4일까지 ‘종묘주간’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웅장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을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진행한다. 5월 4일 ‘종묘대제(宗廟大祭)’가 2019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열린다.
이외에도 종묘 증수 역사와 의궤를 반영한 신주 이동 모습을 담은 영사 등 ‘삼가 모시는 공간, 종묘’ 전시가 21일부터 6월 16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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