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할당한 배출권 중 일정 비율을 경매로 판매하는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50%로 올리면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약 5조 원 늘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칫 제조업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유상할당 비율의 점진적 확대와 전기요금 완화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신동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 의뢰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서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대폭 상향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내년부터 적용할 유상할당 비율은 올해 상반기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서 제시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25~50%로 인상하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 업종별로 1000억~5000억 원의 원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발전부문에 대한 50% 유상할당과 배출권 가격이 3만 원을 가정할 때 제조업 전기요금은 연간 약 5조 원 상승한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통신 5492억 원 △화학 4160억 원 △1차 금속 3094억 원 △자동차 1786억 원이다.
보고서는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의 대폭 상향이 아닌 점진적 상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출권거래제 의무 참여하는 기업은 부족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유상으로 할당된 배출권에 대한 경매수익은 기후대응기금주의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소규모·단기성 사업에 활용돼 온실가스 배출저감 효과가 낮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유상할당 비율을 상향하기에 앞서 선결돼야 하는 과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탈퇴할 수 있고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 매년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등 제도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의 감축 이행을 유인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미국은 관세조치로 주요국 제조업 공급망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며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탄력적인 기후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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