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내란 혐의 재판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군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를 두고 검찰 증인과 윤 전 대통령 측이 정면충돌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성현 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진술 시점과 내용을 번복하고 있다”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고 조 단장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이었기에 현장에서 거부했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재판장)는 21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2차 공판을 열고 조 단장과 김형기 특전사 제1특전대대장을 증인으로 신문했다. 재판에서는 해당 지시가 실제로 내려졌는지 여부뿐 아니라 이를 현장에서 수행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가능했는지, 당시 판단이 적법했는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조 단장은 “이진우 당시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명시적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현장 상황과 명령의 정당성을 고려해 후속 부대 투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 명령은 중요하지만 합법성과 정당성이 전제돼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따르지 않을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전을 강행했다면 시민과 부하 모두가 다쳤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대장도 조 단장과 같은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그는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누구를, 어떻게, 어디로 데려갈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며 “말도 안 되는 지시였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의 진술이 조사기관과 법정마다 달라 신빙성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기억나지 않는다던 진술이 나중에 ‘떠올랐다’고 바뀌고, 자신의 판단으로 명령을 거부했다면서도 지시를 따랐다고 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며 “유리한 내용만 강조하고 불리한 진술은 흐리는 식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이 이번 재판에서 처음으로 “부하에게 ‘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이는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단장은 “헌법재판소에서 변호인의 질문을 받으며 기억이 복기됐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상황이 떠올랐다”고 반박했다. 또 “부하에게 진술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건 오히려 그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상황의 이례성과 판단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신문 종료 후 가진 재판 절차 논의 과정에서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계엄령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법적 수단이며, 이를 단순히 ‘내란’으로 도식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칼이 요리나 수술, 범죄에 모두 쓰일 수 있듯 계엄 역시 어떻게 쓰였는지를 봐야 한다”며 “법리를 제대로 세워 재판을 진행한다면 법적으로 의미 없는 증인에 대해서는 과감히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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