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31만 5000달러(약 4억 4700만 원)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삼성의 경영애로를 전달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20일(현지 시간)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지난 1월 20일 열린 트럼프 2기 취임식에 31만 5000달러를 현물로 기부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식에는 1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이때보다 기부금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보좌를 총괄하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딸이 소속된 로비 업체인 ‘콘티넨털 스트래티지’와 계약하는 등 대미 라인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스마트폰, 컴퓨터, 평판 TV 디스플레이 등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돼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 폐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 상무부로부터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 8000억 원)를 받기로 돼 있지만,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한국 기업 중에선 현대차(005380)가 미국 현지 법인 명의로 지난 1월 6일 총 100만 달러를 냈다. 한화(000880)에선 한화디펜스가 50만 달러, 한화큐셀이 각각 50만 달러씩을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취임식에서 기부받은 돈은 총 2억 3900만 달러(약 3400억 원)에 이른다. 8년 전 첫 취임식 당시의 모금액 1억 7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금융기업을 비롯해 애플, 메타, 오픈AI, 엔비디아 등의 기술 기업들도 수백 만 달러를 냈다. 100만 달러 이상 낸 개인 혹은 회사가 130여 곳으로, 전체 모금액의 6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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