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화 삼성화재 대표가 보험 산업의 신뢰 상실은 혁신 DNA의 부재 탓이며 이에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삼성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나온 발언이다. 삼성전자의 혁신 바람이 금융계열사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언팩 콘퍼런스’에서 “상품 서비스 혁신을 통해 고객이 혜택을 체감하는 보험사로 거듭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기 성과주의를 넘어선 책임 경영을 추구하겠다”며 “소비자 피해와 시장 건전성 악화를 유발하는 과당 경쟁은 경계하고 지속 성장의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시 행사처럼 언팩 방식을 빌려 신상품을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손해보험 업계의 주력인 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신규 보험 가입을 꺼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출시 행사를 도입한 것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상품의 출시보다 익숙한 접근을 반복해온 측면이 있었다”며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와 고객의 요구를 반영 못한 채 단기 성과에 안주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IFRS17 도입에 따라 상품과 판매 채널을 통한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되고 소비자와 보험 산업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보험사의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보장 어카운트’라는 장기 건강보험을 새로 내놓았다. 보장어카운트는 암과 뇌, 심장 등 여러 상품에 나뉘어 있는 보장을 크게 5개로 묶어 보험료를 최대 60%까지 낮출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단계별로 △검사 및 진단 △입원 치료 △전이·재발 △사후 관리 등으로 나눠 관리해준다. 삼성화재는 또 계약 해지 없이 보장을 추가하는 독립 특약과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 골프 보험, 보험 선물하기 등 혁신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계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를 파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가 직접 나서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혁신 DNA를 다시 심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혁신 의지가 삼성화재 같은 금융계열사로 퍼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간담회 이후 삼성화재 내에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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