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간 기관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BTC 보유량이 1만 개 넘게 늘었다. 전통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BTC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디지털 금’ 위상을 재확인 중이다.
22일 오전 10시 기준 가상자산 데이터플랫폼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위 11종 가운데 10곳의 BTC 보유량이 최근 7일간 증가했다. 해당 기간 자금 유입으로 ETF의 BTC 보유량이 약 1만 2070개 늘었다. 피델리티의 FBTC가 7838개, 블랙록의 IBIT가 2204개를 기록하며 매수세를 주도했다. 이밖에 아크인베스트의 ARKB(429개), 비트와이즈의 BITB(799개) BTC 보유량이 증가했다. 반면 그레이스케일의 GBTC는 615개가 줄며 유일하게 보유량이 감소했다.
증시와 달러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관들이 BTC를 전략적 대안 자산으로 재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비판과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BTC가 대체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BTC 낙폭은 제한적이었고, 이 점이 안전자산으로서의 BTC에 대한 특징을 다시 부각시켰다”고 진단했다. 21일 미국 자산운용사 스트래티지가 6556BTC를 추가 매수하며 보유량을 53만 8200BTC까지 늘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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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BTC는 최근 일주일간 3.22% 상승하며 8만 8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달 들어 처음으로 8만 80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5.21%, 다우지수가 5.86%, 달러인덱스(DXY)가 1.6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BTC가 금처럼 대체자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는 최근 CNBC에 “BTC는 비달러(non-dollar) 자산으로서 금을 따라잡을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BTC와 같은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센터장은 “아직 BTC가 디지털 금으로서 지위를 회복하는 흐름이라고 보기에는 단기적 현상으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수석전략가는 “BTC가 단기 급등한 이후 다시 1만 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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