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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만에 무너진 시장 신뢰…'투매 대상' 전락한 달러 자산

[트럼프가 자초한 '아멕시트']

◆ 불붙는 '셀 USA'

IMF 탈퇴·선택적 디폴트 위협 등

글로벌 시장, 美 정책 전반 불신

각국 달러보유 비중 70→57%로

"대안 없다" 지배력 유지 관측 속

유로·위안화 공세 더 거세질 듯

미국의 1달러 지폐.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됐던 지난해 11월 미국 금융시장에는 ‘트럼프 트레이드’ 바람이 불었다. 증시와 달러·국채·가상자산까지 매수세가 붙는 ‘에브리싱 랠리’였다. 취임 석 달 만에 시장의 기조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트레이드’로 완전히 돌아섰다. 미국 주식과 국채·달러까지 달러 표시 자산은 모조리 투매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달러 하락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충격적인 현상은 달러 약세”라며 “세계 무역에 대한 우려가 있으면 달러는 투자 피난처가 돼야 했지만 달러에 매도가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그레고리 피터스 PGIM픽스드인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은 100년 동안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려왔고 이런 입지를 뒤집는 데는 100일도 걸리지 않았다”며 “지금 상황은 엄청난 사건(big deal)”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의 달러 하락세는 단순한 환율 변동이 아니라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80년간 쌓아온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달러의 하락은 다른 준비통화(reserve currency)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업체 LSEG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에 비해 10% 이상 강세를 보였고 스위스 프랑과 유로화는 약 11% 상승했다. 현 시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피난처로 달러가 아니라 엔화와 유로·프랑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의 ‘달러 위기론’은 그동안 세계 금융 질서를 뒷받침하던 규범이 흔들린 데 따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위협부터 미국 국채 매입에 대한 수수료 부과 가능성, 자본 통제, 미국의 국제통화기금(IMF) 탈퇴, 심지어 선택적 채무불이행 위협까지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리스크가 상당 수준 쌓였다는 점도 달러 위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달러 패권의 주요 척도 중 하나는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IMF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00년 전후 70%에서 지난해 말 57%까지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달러 스마일 이론’의 창시자로 유명한 스티븐 젠 SLJ유리즌 대표는 “달러 환율 등을 고려할 때 달러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이미 47%까지 떨어졌다”고 봤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던 2022년 한 해에만 8%포인트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융 제재와 세계 블록화가 이미 달러의 기축통화 입지를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부채 증가도 달러 패권의 위험 시나리오로 꼽혀왔다. 벤 파월 블랙록 투자전략가는 “지난 몇 년간 세계경제에는 상당한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기존 추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라며 “우리는 금융시장에서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 지위가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조차 달러의 패권이 다른 통화로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까지 가지 않거나 혹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의 유동성이나 거래 시스템, 안정성 등을 대신할 통화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은 감옥, 유럽은 박물관, 일본은 요양원”이라고 비유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달러가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길고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금융시장과 통화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의 마크 소벨은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의 지배력은 예측 가능한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지원 축소 위협과 관세 공격 이후 유럽 내에서 유로화 육성 의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패스컬 도너휴 유로그룹 의장은 최근 회동을 갖고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럽에서는 독일이 확장재정을 결의하면서 지역의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을 유로의 위상 강화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 기회를 포착한다면 세계 금융 질서의 획기적인 변화가 유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 결제 분야에서 위안화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대 국제통화연구소의 기업 대상 조사 결과 위안화 결제를 늘릴 계획이 있는 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2분기 약 21.5%에서 올 1분기 약 24%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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