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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어법’ 장착한 김경수…“지속가능한 선진국 물려줘야”

[6·3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메가시티’ 공약 배경엔 “대결적 갈등 구조 해소”

좌초된 ‘부울경 메가시티’…그 와중에 얻은 ‘경험’

‘盧의 언어’로 “지긋지긋한 지역주의 벽 넘을 것”

“성장률 올리려면 재정 확대·국가 역할 강화해야”

희열 안긴 ‘낙선의 추억’…최고 득표율로 돌아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후보 캠프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기업들은 인재가 많은 곳을 찾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을 교수로 모셔오고 학생들에게도 전폭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해서 광주에는 인공지능(AI), 부산은 영화산업과 정책금융 이런 식으로 그 분야의 ‘탑’이 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전국에 서울대가 10개가 생기는 효과가 나는 거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22일 서울 영등포에 마련된 경선캠프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와 지역 간의 갈등을 융합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 난데없는 교육 얘기를 꺼냈다. 분열된 사회를 봉합할 복안을 기대했던 터라 당황하던 찰나, 김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국민들에게도 여유가 생기면 아무리 정치인들이 싸우더라도 지금처럼 진영 간에 치열하게 대립되는 구조는 생기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선 지금의 대결적 갈등 구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김 후보는 우리 사회 갈등의 근본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5대 메가시티’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단순한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왔던 과제”라면서 “이제는 우리가 찾아온 해법을 지방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성장과 미래를 위해서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는 “5대 메가시티 자치정부에 연간 30조 원 이상의 자율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앙정부 눈치 보지 말고 꼭 필요한 정책들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해 지지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의 메가시티 구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경남도지사 시절 민주당 출신의 PK(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가 힘 합쳐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을 시도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남도지사였던 김 후보 본인과 부산시장이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면서 부울경 메가시티의 꿈은 좌초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실패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경험’이 김 후보에게 남았다. “당시 경남도 도시교통국장에게 부울경 메가시티 광역교통망 계획을 세우자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도 진척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리더에는 ‘관리형’과 ‘창의형’이 있는데 그 국장은 관리형에 가까웠던 것이죠. 그래서 창의형인 인물로 급히 인사를 냈더니 2개월 만에 안(案)이 나왔습니다.”

도정(道政) 경험은 ‘정치의 부재’ 시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면서 타협하고 합의하는 기술인데, 이 과정에서 ‘경험’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정치 선진국을 보면 오랫동안 정치 경험을 쌓으면서 평소에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충분히 단련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 이것이 정치의 기본 과정인데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이러한 정책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노무현’과 ‘문재인’이 자리하고 있다. 그에게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嫡子)라는 꼬리표는 ‘훈장’이면서도 ‘부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무현과 문재인, 나아가 김대중 정부의 뿌리를 잇는다는 ‘근본’은 언제나 놓지 않았다.



지난 20일 울산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연설회가 대표적이었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 지긋지긋한 지역주의의 벽을 넘고, 이 위태위태한 지역소멸의 강을 건너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무현의 어법(語法)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반응을 노린 것이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맞은편에 앉아있던 대변인과는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오후 경남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는 “그 동안 세 번의 민주정부가 보여준 공과(功過)를 계승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물려주는 지속가능한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4기 민주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위헌적인 계엄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킨 ‘빛의 혁명’의 의미를 지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를 위해 내란에 반대한 민주세력들이 모두 모여 빛의 연대와 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는 “2%대 밑으로 떨어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정을 확대하고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새로운 성장 방식과 새로운 성장 축을 통해 경제위기를 넘어 대한민국이 도약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후보들이 강조하는 AI 정책과 관련해선 “생태계 조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공급자 지원뿐만 아니라 수요자를 발굴하고 육성해 나가는 것이 AI 생태계를 완성하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에너지 전략에 대해선 “지금은 AI와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전력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우리나라의 전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시기”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에게 ‘정치인 김경수가 희열을 느낀 적’은 언제인지 물었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낙선의 추억’을 떠올린 것이다. “선거에 ‘착한 2등’은 없다”고 강조하는 김 후보였기에 더욱 그 배경이 궁금했다.

“2014년 경남지사 선거 때입니다. 출구조사 예측이 36.6%(최종 득표율은 37.05%)로 나왔습니다. 상대 후보(홍준표)에게 지는 결과인데도 캠프에서는 마치 이긴 것 마냥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저의 인지도가 10%대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2012년 총선 낙선 이후 2년 간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한 고생을 위로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의 정치 인생에선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김 후보는 2016년 제 20대 총선(경남 김해을)에 출마해 62.38%의 득표율로 당선된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당선인 중 최고 득표율이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후보 캠프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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