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쪼그라드는 내수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인공지능(AI)·전력망 같은 미래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중장기적으로 취업 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발표한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 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내수 소비는 1996년까지 성장세를 유지하다 경제위기를 겪으며 계단식으로 하락했다. 1988~1996년에는 9.1%였던 평균 소비 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4.5%(1997∼2002년)로 낮아졌다. 2003년 카드 대란 후 3.1%(2003∼2007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2.4%(2008∼2019년)로 떨어진 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에는 1.2%까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 성장률 둔화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세다. 내수 비중은 2002년 56.3%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여 2021년 코로나19 기간 중 47.1%까지 떨어졌다.
대한상의는 고령인구 증가와 부동산에 집중된 가계 자산,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산업구조로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7%에서 지난해 20%까지 빠르게 증가했고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70.5%, 임대보증금까지 포함하면 77.3%로 매우 높았다. 제조업 취업유발계수(최종 수요 10억 원이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취업자 수)는 2000년 15.4에서 2020년 6.3까지 떨어졌으며 반도체·화학 등 수출산업은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단기 해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국에서 실행한 ‘공격적 경기부양책(Recession Attacking)’을 제안했다. 단기 경제 충격을 완화하면서 산업 인프라와 같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정책인데 AI와 전력 인프라 등을 예로 꼽았다. 국내에서도 1999년 추진된 ‘사이버코리아 21’이 있다.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전자상거래 육성에 나섰고 그 결과 2000~2005년간 GDP가 연평균 5% 성장할 때 정보통신산업은 1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정보기술(IT)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통신업, 사업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61만9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증가폭(165만8000명)의 37%를 차지했다.
전기차·노후차 교체 지원과 고효율 가전 구매 비용 환급 등 소비 촉진 방안도 단기 대책으로 거론했다. 한국판 ‘이구환신(以舊換新·새 제품 구입시 구매 가격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중국 내수부양책)’이다. 장기적으로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AI·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고령층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한 퇴직 후 재고용 등 대책을 주문했다. 또 부동산 대출 관리와 가격 안정화를 통해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해외 인구의 유입 정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튼튼한 내수 기반은 경제의 변동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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