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중국 기술제재에 나선 가운데 한국이 가진 제조업 역량과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하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AI 투자 규모면에서 한국이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산업연구원은 ‘미·중 AI 경쟁에 따른 중국의 AI 혁신전략과 우리 산업의 대응’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분석했다.
산업연은 중국이 공급과잉에 처한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을 AI 기술을 통해 제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버금가는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딥시크)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이 추격형 기술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선도적 신기술 개발도 가능한 사례로 인식된다. 미중 패권 경쟁의 전장이 AI 분야로 확대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구축돼 있고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혁신을 가속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연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미국과 공동기술 등 기술협력보다 미국이 보유하지 못한 제조업 기반, 인재 등을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 및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드론, 로봇, 자율주행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활용하면 AI를 적용한 드론, 로봇, 자율주행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미국의 표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과 보안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추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연은 "한국이 점을 보유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반도체와 로봇, 바이오 제조, 의료 분야에 AI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대한 선제적 수출·투자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연은 한국이 여전히 중국에 비해 AI 투자 규모와 속도 면에서 떨어지는 만큼 AI 육성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정부는 최근 2027년까지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약 3조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행이 향후 5년간 AI 산업계에 1조 위안(약 200조 원)의 특별 종합금융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힌 데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산업연은 민간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AI 빅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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