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매년 5조 5000억 원을 투입하면 국내총생산(GDP)이 7조 20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반도체 지원금은 경제 성장에 따른 국세수입 증가로 이어져 5~6년 만에 국고로 모두 돌아올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분야 재정 투입 효과가 확실한 만큼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직접 보조금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국가미래비전포럼, 한국경제학회와 함께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한국형 반도체 지원정책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려대 경제연구소 보고서가 공개됐다.
정부가 반도체에 실질 GDP의 0.25%인 5조 5000억 원을 매년 지원하면 연간 성장률이 매년 0.17%포인트(약 3조 7000억 원)씩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연구개발(R&D) 투자 감소 등으로 성장률은 매년 0.16%포인트(약 3조 5000억 원)씩 감소하는데 이를 종합하면 반도체 지원이 GDP에 기여하는 실질 효과는 매년 7조 2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팹(생산 공장) 1기 건설에 21조 원이 든다고 가정했을 때 이 가운데 8조 원을 공장 건설과 국산 장비에 5대3의 비율로 분할 투입할 경우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생산 유발 효과는 15조 6000억 원으로 분석됐다. 이후 반도체 생산 설비가 가동을 시작해 연간 약 10조 원 규모 생산이 이뤄지면 전후방 생산 유발 효과는 총 13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연구를 맡은 김덕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지원으로 민간투자를 유발할 뿐 아니라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산업 경쟁력이 강화하고 다른 관련 산업의 성장도 이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지원금은 막대한 국세수입으로 돌아온다. GDP의 1%인 22조 원을 반도체에 쏟으면 추가 경제성장으로 국세수입이 매년 4조~6조 원 증가하는 것으로 산출됐다. 5~6년만 지나면 정부 지원금이 국고로 고스란히 귀속되는 셈이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회수 기간이 2~3년으로 훨씬 짧다. 김 교수는 “HBM은 기존 D램 대비 시장 가격이 3~5배 높아 수익성이 좋고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직접 보조금 지급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에 참여한 김창욱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한국은 직접 지원보다는 세제 중심의 간접적 지원”이라며 “대기업 특혜 관념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해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현시점에서 기업이 첨단 제조 시설 구축 등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정부가 더 책임 있게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인재 확보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최재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양성된 우수 인재의 이탈 방지와 해외 고급 두뇌의 국내 유치 등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정부와 대학은 우수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규봉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장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33조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재정 지원도 2026년까지 4조 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관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대미(對美) 협의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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