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비율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이 한화오션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한화오션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하기 위해 이날 수요예측에 들어갔다.
산은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은 19.5%(5973만 8211주)다. 산은은 지분을 3~5% 안팎으로 쪼개 복수의 수요처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커) 현실적으로 지분을 통매각하기는 어렵다”며 “지분을 나눠 정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지분을 정리하기로 한 것은 최근 조선업 호황에 주가가 상승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6일 주당 2만 7800원에서 28일 종가 기준 주당 8만 9300원으로 3.2배 높아졌다.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산은은 지분 정리를 통해 5조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점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9%로 금융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삼는 기준점(13%)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진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대출 같은 위험자산이 늘면 산은의 BIS 비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연말에는 13% 초중반 수준으로 BIS 비율이 내릴 수 있다”면서 “팔 수 있는 자산은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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