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을 적용하려면 자율주행차 전용 차로가 필요합니다.”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지구의 미래 청사진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이구동성으로 쏟아진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미래 모빌리티 특화 도시’라는 개발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에 걸맞은 첨단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린 것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실제 도로 환경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발전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마음 놓고 시험하면서 고도화할 수 있는 도로 인프라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 등 자율주행 기술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주요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시험장으로 지정해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상업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자율주행은 먼 미래 일처럼 느껴진다. 정부는 전국 42곳에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해놓았지만 이마저도 임시 운행에 그치고 있다. 시범운행지구 대부분은 정해진 노선을 오가는 방식에 머물러 있고 자율주행차는 이곳에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다. 안전 문제를 의식해 느린 속도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때문에 교통 정체가 유발된다는 불만마저 적지 않다.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자율주행 상용화를 견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전용 차로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면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주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는 노인·어린이·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기존 도시는 이미 일반 차량을 중심으로 도로 인프라가 설계된 만큼 광명시흥과 같은 신도시부터 자율주행 전용 인프라를 도입해볼 만하다. 6·3 대선을 앞두고 대권 후보들의 미래 산업 육성 공약이 난무하는 이때 자율주행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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