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042700) 고위 임원 A씨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000660)와 갈등에 이어 한화세미텍과의 경쟁을 둘러싼 논란까지 심화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 고위임원 A 씨와 유튜버 B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화세미텍은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측은 한미반도체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필수인 TC본더 장비 사업과 관련해 다수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모기업인 한화비전(489790)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화세미텍은 A씨와 B씨에게 '허위사실 유포 중단과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한화세미텍이 보다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선 건 내용증명을 요구한 후에도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달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화세미텍이 언론에 공식 배포한 TC본더 사진을 두고 “TC본더가 아닌 플립칩 본더”라고 주장했고 한화의 업력과 인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세미텍은 한화그룹 인수 이전인 삼성항공 시절인 1993년부터 반도체 개발을 해했고, TC본더가 포함된 반도체 후공정 개발과 서비스 관리 인력만 100여 명에 이른다고 반박해 왔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갈등은 SK하이닉스의 TC본더 공급과 관련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HBM 제조를 위한 핵심 장비인 TC 본더에서 한화세미텍의 퀄(승인) 패스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자 한미반도체의 불만이 폭발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파견된 60명 가량의 엔지니어들을 철수시키고, 한화세미텍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과 함께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양측의 법적 갈등은 심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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