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부문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의 절반 수준인 1조 1000억 원에 그쳤다. 미국의 대(對)중국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통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진 탓이다. 삼성전자는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인공지능(AI) 전환이 촉발한 탄탄한 수요 덕분에 점차 실적이 개선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0.05%, 1.2% 증가한 79조 1405억 원, 6조 6853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로, 종전 최대인 지난해 3분기(79조 987억 원) 실적을 소폭 웃돌았다. 순이익은 21.7% 늘어난 8조 2229억 원에 달했다.
신규 스마트폰 ‘갤럭시 S25’의 선전으로 모바일경험(MX)과 네트워크 사업부가 영업이익 4조 3000억 원을 올려 전사 실적을 견인한 반면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조 9100억 원)보다 42.1% 급감한 1조 1000억 원에 머물렀다. 서버용 D램 판매 확대와 관세 부과에 대비한 스마트폰·PC 수요가 강했지만 고부가 제품인 HBM 대응에 실패한 데다 수율 부진으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바닥을 기며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큰 데다 스마트폰은 신제품 효과가 사라지는 비수기를 맞는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거센 AI 물결에 힘입어 실적이 계속 호전되는 우상향 그래프를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 12단 제품의 매출이 점차 증가하고 AI 서버용 128GB(기가바이트) 이상 고용량 DDR5 제품 판매도 늘 것으로 기대했다. AI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흐름은 D램과 저장용 낸드 수요 증가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역시 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분야의 모바일·자동차 부문 신규 고객 확보가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와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실적 예측이 어렵지만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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