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열리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을 위한 정책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진흥 위주의 AI 정책과 자율 규제 전환,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 신설 등이다.
6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내놓은 ‘21대 대선 혁신산업 정책제안서: 한국 경제의 미래경쟁력, 혁신생태계가 견인한다’에 따르면 인공지능(AI), 플랫폼, 노동, 네트워크, 투자, 기후테크 등 6대 핵심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기술력은 있는데 정책이 못 따라가는 AI산업
먼저 AI 정책에 있어서는 혁신적인 국내 AI 생태계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언급했다. 최근 업스테이지, 노타 등 국내 AI 기업 4곳이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CB인사이츠가 선정한 AI 톱 100 기업에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톨토이즈 미디어가 집계한 글로벌 AI 지수에서 한국의 AI 역량은 세계 6위 수준이지만 법·제도·규제를 포함한 운영환경은 35위로 평가됐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이 가진 AI 역량과 실질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역량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흥 중심으로 AI 기본법을 개선하고 AI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데이터 정책이나 연구개발(R&D) 예산 집행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범정부적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AI 기술 발전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위한 현행 규제체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산하 ‘국가AI자문위원회(NAIAC)’가 통합적인 역할을 수행해 부처 간 사업 중복이나 혼선으로 인한 사각지대 등을 방지하는 게 참고할 만한 사례다.
사전 규제 보다는 자율 규제로
플랫폼 규제 개선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산업은 2022년 약 197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글로벌 단위로 시야를 넓혀도 100대 글로벌 유니콘 중 48개가 플랫폼 기업일 정도로 플랫폼 기업의 존재감은 크다. 하지만 지난 1월 기준으로 국회에 제출된 플랫폼 관련 법안만 17건으로 규제 부담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플랫폼 스타트업의 투자 비중은 2021년 17%에서 2023년 8%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스얼은 보고서를 통해 선제적 규제를 재검토하고 자율적이고 유연한 규제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과 결합된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소비자·소상공인·스타트업 등 관련 이해관계자의 보호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플랫폼 진흥법(가칭)’ 제정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
연구직에 대해서는 52시간 예외 필요해
이와 동시에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52시간’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이다. 해외의 사례로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일본의 고도프로페셔널 제도가 거론됐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 중 업무의 질과 성과가 업무 수행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면 근로시간 규정의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로 경영직, 행정직, 전문직, 연구직, 외부 영업직 등이 포함된다. 스얼은 2023년 자체 조사한 결과 스타트업 재직자 10명 중 6명이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주 52시간 이상 일해도 도좋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벤처기업 주 52시간제 운영 실태 및 애로조사’에도 나타난다. 벤처기업 567곳의 대표이사 및 인사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근로시간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총 82.4%에 달했다. 계획 중인 보상 방식으로는 금전적(40.5%), 근무시간(32.3%) 순이었다. 참여기업의 41%는 현재의 주52시간 준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고용 규모가 50인 이상인 기업에서 70%가 넘는 응답률이 나올 수록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애로사항은 더욱 커졌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벤처기업들은 납기일 준수, 수주 포기 등 생산성 저하 및 운영 차질(42.5%), 구인난, 인건비 부담 등 인력문제(30.1%), 설비투자, 관리비용 증가 등 비용 부담(17.1%)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벤기협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장근로의 관리 단위를 노사 합의를 통해 ‘주 단위’에서 ‘월·분기·연 단위’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연구개발 등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잼션'과 같은 근로시간 예외 규정 도입해 합의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스얼은 이외에도 인수합병(M&A)·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통한 민간 투자 선순환 구조 마련,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등을 제안했다.
이기대 스얼 센터장은 “스타트업 육성은 신성장동력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이 스타트업의 활용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생태계 구성원들이 제안한 정책에 귀 기울여 주시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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