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과학·기술 총책임자가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전반을 미국 중심으로 수직계열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국 등 적성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한편 동맹국을 미국 생태계 안으로 포섭해 경쟁 의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주요 AI 기업 임원진 역시 딥시크 등 중국 AI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을 촉구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OSTP) 겸 과학기술보좌관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5’에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선도적인 미국 AI 계층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쟁국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그들의) AI 계층을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글로벌 AI 생태계 전반이 ‘미국 중심’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중국 등 경쟁국의 기술 성장을 제한하기 위한 ‘간단하고 엄격한’ 수출통제를 촉구했다. 다만 수출제한이 동맹국에까지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 정권(조 바이든 행정부)은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 대상 수출제한까지 집착해 ‘친구’들이 미국이 구축한 AI 표준과 반도체에 접근하기 어렵게 했다”며 “동맹국들이 훌륭한 미국 기술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AI 기술 사용이 제한된다면 중국이 저가 공세로 밀어붙이며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중국이 원하는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화웨이 칩셋과 딥시크가 세계 각지에 무료로 제공될 수도 있다”며 “동맹국들이 미국이 지닌 최고의 기술을 채택하고 이를 수입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원전 건설로 AI 발전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도 재확인했다. 그는 “AI 혁명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세계를 선도해온 원자력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며 “학계와 기업 의견을 청취해 미국의 목표 달성을 막는 규제 장벽도 허물겠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AI 전문가들도 미국 내 규제와 저작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중국의 추격을 돕고 있다고 꼬집었다. 드미트리 셰블렌코 퍼플렉시티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아이러니하게도 딥시크 등 중국 AI 모델이 미국 모델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 저작권 제약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적국에 패배하는 지점까지 윤리적 규제로 우리 스스로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지식재산권(IP) 전문 변호사인 숀 박 퀸이매뉴얼어카트앤드설리번 파트너는 “미국 특허법은 ‘기계’의 발명을 인정하지 않는 등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이를 처리할 국가적 계획도 없다”며 “미국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저작권 소송 위험을 해결하지 못하면 4~5년 후에는 많은 스마트머니가 중국 등지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 인사들도 AI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산업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비 슈워츠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3~10년 동안 AI와 데이터 과학은 관세보다 훨씬 더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AI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재정 건전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