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와 관련 108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최종 입장을 정부에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기본설계안과 입장에 대해 외부 전문가 평가 등을 통해 검증한 뒤 재입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가계약법 상 명시된 공기를 연장해달라는 입장인 만큼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박탈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재입찰을 하게 되더라도 2029년 조기 개항과 2031년 12월 준공이라는 대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날 국토부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기간 연장의 필요성 등을 담은 설명자료를 제출했다. 설명자료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에서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250여 명의 공항·항만·설계 전문인력이 참여한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바닷속 연약지반을 견고하게 개량하는 동시에 산을 옮겨 바다를 매립하는 공사의 복잡성 △높은 파랑에 대비한 안전 시공법 적용 필요성 △활주로 구간의 해저 지층의 지반 침하 방지를 위한 안정성 추가 확보 등을 이유로 공사 기간이 당초 정부가 제시한 84개월이 아닌 108개월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남산의 3배에 달하는 산봉우리를 발파하고 파도가 최대 12m에 달하는 해상을 매립해야 하는 난도 높은 공사”라며 “안전과 품질을 고려한 적정 공기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외부 전문가와 함께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의 입장을 검토한 뒤 재입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기간을 108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기본설계도를 제출하자 사업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토부·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문회의를 꾸린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입찰공고에 공사 기간 84개월을 제시한 것도 연구용역을 거쳐 도출한 것이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이를 받아들여 입찰에 응한 것”이라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연장을 주장하는 이유를 세밀하게 검토한 뒤 추가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국가계약법 상 명시된 공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다고 밝힌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박탈되고 재입찰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사기간이 2년 늘어나면 사업비도 증액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의 입찰계약은 유효성을 상실한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에서 재입찰을 재촉하고 나선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김광회 부산시 미래부시장은 전날 “현대건설이 지금 공기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국토부가 개선안을 내라고 요구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그렇다면 바로 재입찰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재입찰 공고를 하게 된다면 빨라야 이달 중하순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당초 입찰공고와 동일하게 공사기간 84개월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와의 검토 등을 고려하면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재입찰을 공고하게 되면 공기는 그대로 유지되고 공사비는 물가 상승률을 추가로 반영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산시의 가덕도신공항 조기개항 의지가 크지만 2029년 우선개항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중하순 재입찰 공고가 나더라도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유찰된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앞서 4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9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바 있다. 현재와 같이 공사기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2곳 이상의 건설사가 경쟁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공사의 난도와 공사 기간, 사업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큰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4차례나 유찰됐던 것”이라며 “현재의 분위기에서 2곳 이상의 건설사가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시공사를 어렵게 선정하더라도 기본설계 기간 6개월 등의 작업이 다시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조기개항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공사가 선정되면 기본 설계 6개월을 다시 해야 하는 건 불가피하다”며 “정부로서는 지연이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부산시가 안전한 공항 조성을 위해 준공 시점을 2033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무안공항 참사에서 보듯이 공항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2030 부산엑스포가 무산된 만큼 가덕도신공항의 조기개항에 집착하지 않고 지반침하 가능성이 없도록 공항을 정교하게 잘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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