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완제품 사업(DX) 부문 수장에 오른 노태문 사장이 가전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기는 첫 대외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노 사장은 기존에 담당했던 휴대폰에 이어 가전 사업까지 책임지면서 삼성의 정보기술(IT) 기기 ‘초격차’ 경쟁력을 어떻게 이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노 사장은 대구광역시의 삼성스토어 매장을 9일 직접 방문해 가전 판매 현황과 유통망을 점검한다. 이번 출장에는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동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초 DX부문장 직무대행에 오른 노 사장이 가전 사업 현장을 찾아 임직원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노 대행의 이번 출장은 가전 사업에 관한 업무 파악을 마치고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업을 담당해 온 노 사장은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DX 수장 자리를 이어받았는데 모바일기기 사업 책임자가 가전까지 총괄하는 첫 사례여서 주목을 받았다. 가전은 모바일기기에 비해 유통 경로가 복잡하고 많은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꼽힌다.
노 사장은 DX부문장과 MX사업부장을 겸하면서 업무량이 늘었지만 스마트폰 사업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대구행에 이어 경북 구미 공장 상황까지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부터 가동된 구미 공장은 삼성 스마트폰의 메카로 하반기 MX 사업부의 성과를 좌우할 베이스 기지다. 13일 초슬림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 엣지를 시작으로 7월 갤럭시 폴드7, 플립7 시리즈 등 순차 출시될 전략 신제품을 생산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MX사업부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각종 대외 불확실성 속에도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럭시 S25 엣지는 2분기까지 구미와 베트남 공장에서 총 13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달 중 생산에 돌입할 갤럭시 폴드7은 2분기 동안 약 80만 대, 플립 7은 약 60만 대 이상이 초도 물량으로 출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노 대행은 이날 DX 부문에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신설하며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로의 전환도 본격화했다. 상무급 전담 임원이 배치된 인공지능(AI) 생산성 혁신 그룹은 일종의 컨트롤타워로 전사 AI 인프라·시스템 구축과 AI 활용 지원 등을 주도한다.
DX부문 내 각 사업부에는 ‘AI 생산성 혁신 사무국’이 설치되고 실행력 강화를 위해 300명 규모의 ‘AI 크루’를 두기로 했다. AI 크루는 사내 ‘AI 붐’ 조성과 현장의 AI 과제 발굴 및 실행에 앞장서는 첨병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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