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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韓 고정밀 지도 해외로"…정부가 결단 고심하는 이유는? [김성태의 딥테크 트렌드]

한국 지도서비스 개선…관광객에게 긍정적

국경 넘으면 법 집행 한계…안보 위협 가능성

정부, 국내 서버 구축 제안…구글은 거절

기술 주권도 위협…"신흥 안보 관점 부적절"

中 기업들도 줄줄이 반출 요청 예측 제기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정부는 구글이 요구한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여부에 대한 1차 결론을 이달 15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반출이 허용되면 구글 지도 서비스 품질은 개선될 수 있지만 국가 핵심 인프라의 위치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에 대한 정부 통제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자율주행 등 미래 핵심 산업의 ‘기술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고정밀 지도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구글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법인세 회피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늦어도 이달 14일 회의를 개최하고 ‘5000분의 1’ 축척의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구글의 요청에 대한 1차 결론을 낸다. 협의체에는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5일 박상우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협의체 의견을 토대로 구글에 1차 결론을 통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구글은 올해 2월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심의 기한을 휴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최대 60일 연장할 수 있어 한 차례 결정을 미루면 8월께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

‘1:2만 5000’은 반출 가능·'1대5000'은 정부 허가 필요


‘5000분의 1’ 고정밀 지도는 실제 50m 거리를 지도 위 1cm 수준으로 나타낸다. 도로, 건물 등 지형지물이 세세하게 드러나 군사기지와 발전소, 통신시설, 산업단지 등의 국가 중요 시설의 위치와 구조를 상세하게 식별할 수 있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정보로 분류된다.

반면 해외 반출이 이미 허용된 ‘2만 5000분의 1’ 지도는 250m 거리를 1cm로 표현해 대략적인 지형은 읽을 수 있지만 세부 구조는 식별이 쉽지 않다. 구글은 ‘2만5000분의 1’ 지도를 활용해 국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지도 한국 서비스 개선…관광객 유치에 긍정적 작용


구글은 구글 지도의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고정밀 지도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이전하겠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에서 구글 맵을 쓸때 도보 길찾기나 내비게이션 등 일부 기능이 제한돼 있다. 구글은 반출이 허용되면 더욱 많은 기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지도. 애플 앱스토어 캡처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득갑·박장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는 ‘관광레저연구’ 제36권 2호에 기고한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국가 안보도 중요하지만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지리적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방한 외국인 전체 증가에서 구글맵의 기여 부분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쉽지 않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국경 넘으면 한국 법 집행 한계…안보 위협 가능성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다. 안보와 직결된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외국 서버에 저장되면 우리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통제권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시 정부가 국내 법에 근거해 삭제·압수·수색 명령을 내려도 실제 집행은 외국 기업의 협조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구글이 지도를 업데이트하면서 우크라이나 비밀 군사시설이 노출됐다. 우크라이나 군사 당국이 항의했으나 곧 바로 해결 되지 않아 그 사이 해당 이미지는 이미 러시아가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측은 해당 이미지가 1년 이상된 것이라고 했지만 정보 유출을 즉각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요청도 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1년 주요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한 식별 제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구글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준 구글 어스에서는 한국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국방부 등의 위치와 옥상시설이 선명하게 보였다. 미국 백악관, 프랑스 대통령 관저 등 주요 시설이 모자이크나 저해상도 처리된 것과 대조된다.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분단국가인 한국은 국가 시설의 정보가 유출되면 공격 표적이 될 위험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정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이달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이 국내 산업·경제·안보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국가안보에 밀접한 국가 기밀 데이터를 국외 개방 시 지도 서버에 대한 보안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구글에 고해상도 지도 데이터가 넘어갈 경우 군 정밀타격 위험, 정보 테러 등 국가안보가 위협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드론을 통해 즉각 타격을 실시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은 이번 요청에서 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더불어 정부와 소통할 임원급 담당자를 지정하고 직통전화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우리 정부에 가림 처리를 위한 보안시설 좌표값을 요구했다. 보안을 지키기 위해 기밀 정보를 해외 기업에 넘겨주는 모순이 발생하기에 일부 부처에서는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 국내 데이터 센터 구축 제안했지만 구글은 거절


한국 정부는 구글에 국내 데이터센터를 두고 국가 보안시설 위치를 식별 제한 조치를 하면 고정밀 지도 데이터 사용을 허가하겠다고 밝혔지만 구글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한국에 납부하는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데이터센터를 마련하면 고정사업장으로 간주돼 법인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구글은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데이터센터가 있는 싱가포르 등 해외 법인으로 이전해 과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달 8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구글코리아가 21년간 회피한 법인세 규모가 최대 17조 원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구글이 이미 활용 중인 ‘2만5000분의 1’ 지도 데이터만으로 길찾기나 내비게이션 등 기본 기능을 구현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애플 역시 같은 축적의 지도를 사용하지만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1일 국내에서 ‘나의 찾기’(Find My) 서비스도 시작했다.

기술 주권도 위협…"신흥 안보 관점 부적절"


기술 주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차선 신호 표지판 위치 등 상세한 도로 정보를 담아 자율주행 센서의 인식 한계를 보완하는 인프라다. 고정밀 지도가 해외로 넘어가면 알파벳(구글 지주사)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 AFP연합뉴스


구글은 고정밀 지도를 이용해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AI, 로봇, 디지털 트윈 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 또 구글 페이와 위치 데이터를 결합해 금융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정부가 민감 데이터를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첨단 산업이 구글 생태계에 종속되며 국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는 것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드론 물류,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자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자원”이라며 “국방 전략 등 안보와 디지털 주권에 직결되는 국가의 핵심적인 자산인 만큼 국외 반출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요청하는 배경엔 AI 데이터 확보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목적이 깔려 있다. 이 데이터들이 AI 학습용으로 활용될 경우 국가 AI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내 지도 데이터를 넘기는 건 신흥 안보 관점에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도 줄줄이 요청 가능성…국내 반발도 넘어서야


구글 외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도 초정밀 지도 정보 반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애플은 2023년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신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특히 중국 업체가 고정밀 지도를 반출하게 되는 경우도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21년에 시행된 중국 데이터보안법을 바탕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정 기업, 국가를 배제할 수 없어 외교 통상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 많은 외국 기업들을 허용하게 되면 한국 정부가 사후 감독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의 반대도 거세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응답자의 90%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매우 반대'와 '반대'가 각각 67%와 23%로 집계됐다. 이 협회는 디지털트윈, 스마트도시, 도심항공교통(UAM) 분야 업체 2600여 곳과 회원 2만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9일과 30일 고정밀지도 반출 반대 성명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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