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상장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관련 공시를 수 백 개 쏟아냈다. 공시 마감 기한이 공교롭게 대선 기간과 우연히 겹쳐서인데, 중요한 인수합병(M&A) 등 관련 이슈가 같은 날 동시에 쏟아지며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는 약 700여 건의 공시가 새로 올라왔다. 대부분 기업 지배구조 관련 공시였다.
한국거래소는 사업보고서 제출일로부터 2개월 이내 자산규모 5000억 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에 대해 기업 지배 구조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대부분 12월 결산법인은 5월 말까지가 기한이라 마지막 날 공시가 몰린 것이다.
이에 지배구조 관련 민감한 이슈들이 한번에 쏟아져 나왔다. 삼양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000070)는 바이오팜그룹을 별도 사업회사로 떼어내 '삼양바이오팜'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2021년 제약바이오사업 자회사인 삼양바이오팜을 흡수합병했다가 4년 만에 다시 분리에 나서는 것이다.
삼양바이오팜은 오는 11월 1일 독립법인으로 출범해 같은 달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롯데웰푸드(280360)는 롯데상사와 합병 추진 계획을 접었다. 롯데웰푸드는 같은 날 "롯데상사와 합병 추진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기업 내외의 다양한 경영환경을 고려한 결과 현재 당사는 롯데상사와 합병 추진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웅진(016880)은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 인수 마무리 일자를 5월 30일에서 다음 달 13일까지로 늦춘다고 밝혔다. HD현대(267250)는 HD현대미래파트너스를 흡수합병하며 HD현대미래파트너스가 자회사에서 탈퇴했다고 공시했다.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중요한 사안이 한번에 몰려 공시되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경영 투명성 강화와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공시하도록 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처리능력이 나은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도 매년 3월 말 같은 날짜에 몰리면서 분산 개최를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지배구조 이슈도 중요한 만큼 일찍 올리도록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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