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음식을 자주 먹는 습관이 뇌종양까지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이흥규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염식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 구성이 변화하고 이로 인해 대사물질 ‘프로피오네이트’가 장내에 과도하게 축적돼 뇌종양을 악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의학 저널’에 지난달 22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몸속에 짠 음식이 들어가면 ‘박테로이드 불가투스’라는 장내 미생물이 증가하고 이것이 프로피오네이트를 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로피오네이트는 다시 ‘저산소유도인자-1알파’라는 물질을 늘린다. 저산소유도인자-1알파는 종양세포에게 공급되는 산소가 충분한데도 부족한 것처럼 인식시킨다. 종양세포는 산소 부족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적은 산소로도 기능을 활성화하는 저산소 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결국 종양을 악화하고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연구팀은 뇌종양에 걸린 실험쥐를 대상으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4주 간 짠 사료를 섭취한 고염식 그룹과 일반식 그룹을 비교한 결과 고염식 그룹의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고 종양이 커졌다. 인간 종양세포도 실험쥐처럼 발현되는 관련 유전자가 있어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낮아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짠 음식 섭취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그 결과 생성된 대사산물이 뇌종양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며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식이 조절 연구와 장내 미생물 기반 치료 전략 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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