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초저가 제품 외에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발굴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는 최근 PB 우유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PB 제품이 바로 우유였다. 롯데마트의 PB인 ‘오늘좋은’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900㎖짜리 2개를 37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식품 회사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린 것과 대조적으로 롯데마트는 3월 이 제품의 가격을 3%가량 내렸다. 다른 브랜드 우유보다 20%가량 저렴한 것이다.
이날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자취생 김 모 씨는 “평소 우유를 좋아해 항상 집에 우유가 부족하지 않게 사 놓는데 기존에 사 먹던 브랜드 우유 제품이 1ℓ에 3000원대에 이르자 부담이 커졌다”면서 “대형마트에서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우유 제품이 맛과 가격 모두 괜찮다는 후기가 많아서 먹던 우유를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유 다음으로 판매가 많이 된 제품은 ‘오늘좋은 미네랄워터ECO’다. 생수 2ℓ짜리 6개에 2000원으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생수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하다. 떡볶이·핫바 등 냉동 분식류 PB도 올해 5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늘었다. 같은 기간 김치류 PB 상품도 20% 뛰었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마트의 PB인 ‘노브랜드’에서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제품은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1ℓ·1890원)’다. 올해도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매출이 뛴 노브랜드 제품으로는 화장품과 식기가 차지했다. 올해 5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9%, 253% 늘었다.
이마트 측은 “2015년 234억 원이었던 이마트 노브랜드 매출은 2024년 기준 1조 3900억 원으로 60배가량 뛰었다”며 “대표 가성비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달 중에는 2만 9980원에 운동화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편의점 역시 PB 상품의 종류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올해 자체 PB인 ‘리얼프라이스’를 100여 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관련 매출액도 지난해 500억 원에서 올해 목표치를 1000억 원으로 두 배 높게 설정했다.
리얼프라이스는 기존 브랜드 상품보다 가격을 20~30% 낮춘 제품이다. GS25는 물가 부담이 커질수록 리얼프라이스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PB 매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9.1%를 차지하며 2년 전보다 2%포인트가량 뛰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1800원)은 ‘필수 구매템’으로 입소문을 탔다.
편의점 CU는 신규 마스터 PB인 ‘PBICK(피빅)’을 지난달 출시하고 첫 피빅 상품으로 쿠키 시리즈 3종(멜론동글·초코츄러스·아포카토맛)을 선보였다. CU는 피빅이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 잡도록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장기 불황에도 소비자의 발길을 CU로 이끌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PB 제품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또한 900원 파우치음료, 800원 아메리카노 등 1000원 미만의 자체 음료를 판매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내내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조사를 확보해 PB 제품의 종류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한 우유·생수·물티슈 등이 인기 PB로 이미 자리 잡았다”며 “이제는 PB 제품도 생활 필수품에 벗어나 미식 등으로 상품 개발 분야를 더욱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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