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한 옥수수 농장.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에 연결된 존 디어 자율주행 트랙터가 무인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트랙터에 장착 된 각종 센서 및 위성항법시스템(GPS)을 통해 경작지는 실시간 모니터링 되고 있다. 트랙터 위에는 각종 센서와 카메라가 달린 드론들이 군집을 이뤄 날아다니며 농작물의 생육 상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확보된 데이터는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비료나 물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추가 살포 명령을 받은 드론은 즉각 해당 지역으로 가 정확한 양을 살포한다. 농경지 바닥에는 스마트제초기 로봇이 영상시스템을 통해 잡초가 있는 부분만 제초제를 살포하며 제초제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미래 기술로 주목 받는 AI,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이 첨단 제조 현장 보다 농업 현장에 더 빠르게 투입되고 있다. 기후변화, 인구 감소, 고령화 등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기반의 스마트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인 경작지 규모 확대와 각 지자체별로 지역 농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역 농업의 대규모화 추진에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는 첨단 농업 서비스가 국내에 안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점도 농업의 스마트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빅데이터·AI 기반 농업 자원 최적 배분=실제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기업인 존 디어의 사례처럼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정밀농업’으로 불리는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밀농업은 농업 빅데이터와 AI에 기반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양질의 농산물을 최대한 수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선 파종 전 토양을 분석해 농작물 재배에 가장 적합한 상태를 만들기 위한 맞춤형 밑거름 처방을 한다. 이후 드론으로 촬영한 생육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경지를 구획별로 나눈 변량시비(토양환경 파악한 후 살포할 비료량을 산출해 위치에 따라 비료를 살포하는 기술) 맵을 생성해 비료를 최적의 양으로 살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위성 등을 이용한 위치 기반 서비스나 기후 예측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총망라 된다. 존 디어의 경우 현재 운영센터를 통해 농업 전주기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하고 농지 구획별, 비료, 파종의 양, 파종 시기 등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제공하고 있다. 또 정밀농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상시스템을 이용해 잡초를 인식하고 제초제를 살포하는 기술인 씨앤스프레이(See&spray)를 통해 제초제 사용량을 기존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였다. 최대 16㎞/h의 속도로 씨앗이 있는 곳에만 정밀하게 비료를 살포하는 이크잭트 샷(ExactShot) 기술을 실제 미국 옥수수 재배농가에 적용한 결과 비료 사용량을 60% 감축하기도 했다. 최근 존 디어는 스타링크와 서비스 이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밀농업의 핵심인 AI를 적용한 자율주행 트랙터와 드론, 농업용 로봇 간 네트워크 연결이 중요한 데 미국은 물론 브라질 등 인터넷 서비스 부족 지역에서도 정밀농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첨단 기술이 농업에 융합된 정밀농업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농산물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은 정부 지원 속에 첨단 기술, 연구 정책 등으로 정밀농업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 농가의 40%가 정밀 농업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인 네덜란드도 정부의 다양한 노력과 세계적인 농업 연구기관인 와게닝겐 대학의 연구 아래 정밀농업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농업 혁신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30% 이상의 농가가 정밀농업을 접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국가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밀농업이 떠오르면서 글로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세덴스리서치는 글로벌 정밀농업 시장 규모가 2025년 140억1800만 달러에서 2034년 436억 64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포츈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2028년까지 정밀농업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11.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선 농기계기업 대동(000490)이 ‘스타트’=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의 농기계 전문 기업인 대동도 트랙터 등 농기계 제조를 넘어 농업용 AI·로봇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 하며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대동은 스마트농업 실현에 국내 어떤 업체보다도 더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농업 리딩 기업으로 통한다. 국내 농기계 업체가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농업에 적극 뛰어든 곳은 대동이 유일하다. 대동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총 29만 평, 228필지, 25농가를 대상으로 쌀과 콩 등의 노지 재배 농작물에 대한 정밀농업 실증을 진행하며 사업을 준비해왔다. 실제로 2024년 정밀농업에 참여한 농가에서는 비료 사용량이 7% 감소하고 쌀 수확량은 6.9%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4년 간의 테스트를 마친 대동은 올해 업계 최초로 정밀농업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이달부터 전북 김제시 새만금에 축구장 약 526개 규모의 크기인 376 헥타르(ha·114만평) 농경지에 밀, 콩, 옥수수 등 기초 식량작물을 정밀농업 솔루션을 적용한다. 또 토양·작물 염류도 추정, 생육 지수 등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과 웃거름 시비 시간 단축을 위한 드론 군집 비행 실증도 계획하고 있다. 트랙터 탑재 토양 스캐닝 장비로 맵을 제작하고, 작성된 맵에 기반해 트랙터로 바로 변량시비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작업기 테스트에도 나선다. 궁극적으로 로봇 정밀농업을 추진해 향후 출시하는 자율작업 농업로봇, 농기계 등에 채택된 환경 인식 센서 장비로 농경지 및 농작물 생육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기반으로 솔루션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동은 국내 쌀 재배 전체 농가에 정밀농업 보급 시 약 1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밀농업 사업을 총괄하는 이광욱 대동 국내사업부문장은 “정밀농업은 더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당장 필요한 농업의 현재로, 대동은 올해부터 국내 농가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한국형 정밀농업 모델을 선도적으로 정립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