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 전략 비축과 퇴직연금 계좌 투자 허용 등 연일 친(親) 가상자산 행보를 보이자 관련 업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들어 가상자산이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로빈후드의 주가는 전날 대비 3.74달러(5.50%) 오른 71.72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2021년 상장 직후 기록했던 최고가 70.39달러를 경신했다. 연초 대비 주가가 80% 넘게 폭등한 것이다. 전날 가상자산 사업 강화 차원에서 룩셈부르크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투자 자금이 몰렸다.
가상자산 선물 거래 서비스를 제공 중인 미국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는 대표적인 가상자산 수혜주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며 거래량이 급증한 덕에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 로빈후드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710억 달러(약 98조 원)를 기록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법인세 환입과 규제 변경 효과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로빈후드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4억 9200달러(약 6758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로빈후드 외 나머지 가상자산 관련 수혜 업종들의 주가도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달 미국 대표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편입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우 최근 한 달 간 주가가 30% 가까이 급등했다. 가상자산 채굴 기업 헛 8 마이닝은 같은 기간 25.8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경우 공매도 세력의 표적으로 지목되면서 최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연초 대비해서는 33.7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가상자산 친화 발언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노동부가 연방 퇴직연금 ‘401k’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자산 편입을 합법화하며 주목을 끌었다. 아울러 JD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한 미국 시민이 5000만 명에서 1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가상자산 활성화 기조를 공식화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지적 받아 온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대형 운용사들이 현·선물 가장자산 상장지수펀드(ETF)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최근에는 코인베이스에 이어 로빈후드도 S&P500 편입 가능성이 커지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크레이그 지겐탈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오는 6일(현지 시간) 예정된 S&P500 지수 리밸런싱(재조정)에서 로빈후드는 가장 유력한 신규 편입 후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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