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兆) 단위 규모로 국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짓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의 사업자 모집이 또다시 무산됐다. 정부는 업계에서 쟁점이 됐던 지분 제한을 포함한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필요 시 예산당국의 심의를 다시 거쳐 사업을 변경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의 재공고를 진행한 결과 지원 사업자가 한곳도 없어 유찰됐다고 13일 밝혔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은 민관 합작으로 대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인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자로 선정된 민간 기업은 GPU를 구매하고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산학연에 이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최대 2조 5000억 원, GPU 3만 장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업자는 약 2000억 원을 출자해 정부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한다.
다만 이날까지 이뤄진 두 차례의 사업자 공모에도 기업들이 일제히 사업참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업성에 대한 기대가 낮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기업들은 이 사업이 비싸진 GPU를 국내에 비교적 값싸게 공급해 수익을 크게 챙길 수 없는 공공사업 성격이 강할 것으로 관측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SPC 지분 과반(51%)를 갖고 이 같은 방향으로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사업 재검토를 결정했다. 사업자의 SPC 지분을 49%로 제한하는 등 현재 기업들이 참여를 꺼리게 만든 사업 조건을 다시 살펴보고 필요 시 사업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 변경 시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도 다시 거쳐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재부를 포함해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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