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소득층의 장기 연체 대출 탕감을 위해 금융권에 4000억 원의 출연을 요구하기로 한 가운데 채권 매입 가격을 낮추면 새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 나왔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예정처는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서 “장기 연체 채무 조정 프로그램과 관련해 금융사 부담 문제 등 재원 확보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국회 심사 과정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출연금을 놓고 정부와 금융사 간 협의 과정이 지난할 수 있다며 기여금 징수 대신 채권 매입가액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을 소각하기 위해 재원의 일부를 금융사로부터 징수하는 구조”라며 “적극적인 협조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짚었다.
예정처는 정부가 예상한 평균 매입가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 새로 출연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연체 채권에 평균 5%의 매입가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100만 원짜리 연체 채권을 5만 원가량에 사들이겠다는 뜻이다. 예정처는 “재원의 절반을 금융사로부터 징수하는 대신 매입가율을 2.5%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정부 출자금만으로 목표한 규모의 채권 매입이 가능하고 정책 목표 달성 측면에서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조삼모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 돈을 내지는 않지만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연체 채권을 배드뱅크에 싸게 팔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서민의 이용이 많은 2금융권과 대부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출연금은 당기순이익이나 자산 규모로 부담액을 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시중은행이 상당 부분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보유 중인 장기 연체 채권을 싸게 파는 것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대부 업체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하든 정부와 금융권, 금융권 내의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는 “제2~3금융권의 부실 여신을 은행들의 출연금으로 메우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2금융권도 일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만 해도 지난해 3974억 원의 적자를 냈다”며 “신용협동조합 같은 상호금융권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데 출연금을 내는 것은 부담”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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