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 중소기업들이 세계 최대 로봇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내수 시장에 한계를 느낀 로봇 중소기업들이 급성장 중인 중국 시장에 진출해 수익성을 높여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이들은 과거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공장 착공 등 맞춤형 기술실증과 공동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시장 안착을 꾀하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첨단 로봇 센서 기업 로보터스는 올해 연말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지능형 제조 및 로봇공학 국제공동혁신센터(iRIC)'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로보터스는 최근 iRIC를 직접 방문해 현지 연구진, 기업 관계자, 투자사들과 연쇄 미팅을 진행하고 글로벌 로봇 기술 협력 기반을 다진 바 있다. 상하이 로봇 연구소가 주도하는 iRIC은 2023년 7월 20일 개소한 첨단 산업 혁신 및 창업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스마트 제조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 산업 유치, 기술 서비스, 산업 투자, 무역 플랫폼 등 다각도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봇 개발 1세대 교수 등이 2004년 설립한 로보터스는 2006년부터는 로봇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책사업을 통해 2016년 국내 최초로 힘토크센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힘토크센서는 로봇 및 정밀 장비에 부착돼 3축 방향의 힘과 3축 회전 토크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로보터스는 독자적인 ‘분리형 구조’와 정전용량 방식을 적용해 높은 정밀도와 감도, 간단한 신호 처리, 대량 생산에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로버터스는 국내 대기업 품질 승인을 기반으로 동종 업계 최다 제품 라인업을 보유해 글로벌 기업 200여 곳과 거래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측은 로보터스의 높은 센서 정밀도 기술과 대량 생산에 유리한 제조 구조 방식에 주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문홍연 로보터스 대표는 “나사 체결 방식으로 제조 공정을 단순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전기저항 방식을 채택한 미국 ATI사 대비 약 1/5 수준의 제조 원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 수요에 맞춰 올해 9월까지 국내에 2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2공장이 완성되면 현재 힘토크센서 월 생산량이 500개에서 3000개로 6배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 말에는 중국 현지에도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로봇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국내 중소기업의 행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모건스탠리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로봇시장 규모는 2024년 470억 달러(약 63조 9000억 원)에서 2028년 1080억 달러(약 147조 원)로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힘토크센서 업체인 에이딘로보틱스도 중국 강소성에 위치한 모터·액추에이터 전문기업인 딩스(DINGS)와 지난해 2월 현지 공급·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지난 해 8월 중국 베이징시 이좡개발구에서 닷새간 열렸던 세계 로봇 박람회에도 나라오토시스, 도구공간, 브릴스, 세인플렉스, 시그봇, 쎄텍, 에이딘로보틱스, 유엔디, 유일로보틱스, 코보시스 등 10개사가 참여해 중국 로봇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로봇 툴체인저 기반 자동화 SI 전문 유엔디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로보테크쇼 2025'에 참가해 중국 딥로보틱스와 협력해 제작한 4족 보행로봇 '폴리봇'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폴리봇은 초당 4m의 높은 기동 속도와 계단·불규칙 지형을 무리 없이 주파할 수 있는 딥로보틱스 X30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여기에 로봇팔, IoT 센서, 유무선 통신 장비를 결합해 다양한 툴을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교체하며, 제조·물류는 물론 치안·재난 대응 분야의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로봇 액추에이터 기업 로보티즈는 중국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에 액추에이터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유니트리가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본격 양산해 연간 1000대 이상을 생산할 경우 로보티즈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평가했다. 로봇 구동 모터 부품 기업인 하이젠알앤엠도 중국 청도에 설립한 자회사인 중국법인 '중성전기'의 원가경재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내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 기업에 비해 로봇 정밀 기술에서 내재화율이 높고 글로벌 고객사와 다수의 협업 경험으로 브랜드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관련 전문가는 "국내 기업은 AI스마트센서, 정밀센서 등 고정밀·초소형 핵심 부품 등 신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대부분 바이어는 한국제품에 대해 ‘빠른 납품 주기’, ‘높은 가성비’, ‘높은 사후 서비스 수준’ 등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이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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