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009150)가 신사업으로 점찍은 실리콘 커패시터를 삼성전자(005930)의 새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7’에 대량 공급한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무라타 등 일본 부품 강자들이 주무르던 시장이었지만 삼성전기가 갤럭시 첫 탑재를 발판 삼아 입지를 계속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9일 공개하는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에 삼성전기의 실리콘 커패시터가 탑재된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이달부터 9월까지 플립7과 보급형 ‘Z플립7 FE’ 약 22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일본 업체들과 더불어 상당량의 실리콘 커패시터를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고객사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해 만드는 전자 부품이다. 커패시터는 반도체 칩이나 기판에서 전기의 흐름을 관리하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보다 외형은 더 작고 얇은 반면 전기를 제어하는 속도는 훨씬 빠르다. 고성능 반도체나 기판에 MLCC와 같이 탑재돼 성능을 보완한다.
삼성전기는 실리콘 커패시터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개발에 주력해 지난해 고객사에 처음으로 샘플을 공급했다. 올해 1분기부터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가속기 플랫폼에 들어갈 제품을 첫 양산하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5’에서 실리콘 커패시터 및 신사업에 대해 “신사업 분야는 1~2년 내로 1000억 원 이상의 의미 있는 매출을 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초 회사의 미래 기술 개발 비전인 ‘Mi-RAE(미-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실리콘 커패시터와 전고체 전지, 전장(차량용 전자 및 전기 장비)용 하이브리드 렌즈, 유리 기판,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등 총 5개의 신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실리콘 커패시터의 대량 공급 성공을 시작으로 삼성전기의 다른 신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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