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우리나라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연장된 후 하루 평균 외환 거래량이 16%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당국은 국내 외환시장 성장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 연장 시간대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는 후속 정책을 차질 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4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 거래 마감 시간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장된 후 1년 동안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123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6.3%(17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 지난 5년(2019~2023년)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44.6%(37억 9000만 달러) 늘었다.
연장 시간대(오후 3시 30분~다음 날 오전 2시) 일평균 거래량도 22억 2000만 달러로 전체 거래량의 18%를 차지했다.
거래시간 연장으로 기업과 서학개미들의 편의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출입 기업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야간에 발표되는 주요국 경제지표가 즉각 반영된 실시간 환율로 적시에 환전이 가능해졌다. 또 국내 투자자들이 야간에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기존에는 증권사 등에서 정하는 임시 환율로 환전을 했는데 이제는 실시간 환율로 환전할 수 있게 됐다.
한 시중은행 외환 담당자는 “거래량 증가로 매수와 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축소돼 대량 거래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외환 당국은 야간 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총 52개의 외국 금융기관이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으로 등록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거래·결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RFI 제도 안착을 추진한다.
우선 RFI 최소 거래량 기준을 직전 3개년간 연평균 1억 달러로 명확히 한다.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는데 이제는 제도적 기반이 어느 정도 강화된 만큼 RFI의 시장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도입한다.
또 RFI의 한국은행 외환 전산망 보고 의무 유예를 올 6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6개월간 추가 연장한다. 국내 보고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금융기관의 요청을 반영해 추가 유예를 결정했다.
이 밖에 외국인 투자가 및 국내외 기업·기관 등의 환전 편의 제고를 위한 ‘대고객외국환중개업’ 도입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 올 3월 관련 내용을 담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은 9월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편 외환 당국은 3월 발표한 ‘선도 RFI 제도 도입 방안’에 따라 도이체방크 런던지점 등 5개 기관을 ‘2025년 선도 RFI’로 선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후속 조치로 RFI 제도의 실효성이 한층 높아지고 연장 시간대 거래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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