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이크로데이터센터(MDC)를 구축해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 나선다. 국산 AI 반도체 기반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 지역에 세워 중소기업, 의료기관 등에 저비용 AI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산 반도체 기업의 수요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273억원 규모의 MDC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존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국산 AI 반도체 기업들이 실제로 자사 제품을 적용할 수 있는 ‘실증 무대’를 만드는 데 있다. MDC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냉각, 전원, 보안 시스템을 컨테이너 단위로 통합한 소규모 독립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공장, 병원, 지자체 등 현장 주변에 설치함으로써 초저지연 AI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AWS, MS Azure 등 글로벌 CSP(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가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CSP는 GPU 스펙, 서버 구조, 전력·냉각 설계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통신사나 IT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인프라를 설계·운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빌스 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현재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90%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2028년까지 수도권에만 40개 이상의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추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SP는 지연시간과 네트워크 효율을 위해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지방 분산형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국산 AI 반도체 기업들은 효율성이 높은 NPU·ASIC을 개발하고도, 실제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상용화 레퍼런스를 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퓨리오사AI는 서버 inferencing용 NPU를 개발해 엔비디아 GPU 대비 전력 효율성을 5배 이상 높였다고 밝혔지만, CUDA 기반 AI 프레임워크 호환성과 시장 불확실성 탓에 대규모 수요처 확보가 쉽지 않다.
이에 정부는 MDC 사업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의 MDC 구축 사업은 국산 AI반도체를 탑재한 MDC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참여 기업은 여러 MDC를 클라우드처럼 연동·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과제를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수행해야 한다. 현재 대구, 광주 등이 해당 사업이 진행될 지역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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