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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2기 뇌전증지원센터에 거는 기대

| 손영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올 5월 보건복지부 지정 2기 뇌전증지원센터가 출범했다.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와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가 공모를 통해 전국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중 한 곳을 선정해 연간 6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0~2024년 1기 사업은 고가의 뇌자도(MEG) 장비 1대와 수술 로봇을 국내 병원 4곳에 도입하는 등 진단 및 치료 인프라 구축에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뇌전증 환우와 가족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 해결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기 센터의 첫 번째 목표는 교육과 상담 서비스의 고도화다. 현재 뇌전증 도움전화 등을 통해 일평균 50여 건의 문의가 들어온다. 단순 의학정보 제공을 넘어 환자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려면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다. 의료 상담은 뇌전증 전문 간호사가, 복지 상담은 의료사회복지사가, 심리 상담은 임상심리사가 각각 담당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20~30대 청년층을 위한 진로 상담, 직장 내 권익 보호 상담 등 생애주기별 특화 서비스도 개발한다. 일회성 상담에 그치지 않고 추적 관리 시스템을 통해 문제 해결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추가 지원을 제공하는 총체적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운영 중인 이러닝(e-learning) 센터는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환자와 가족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고 전문가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대폭 개선한다.

뇌전증은 환자 본인 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가 함께 겪는 질환이다. 질병의 만성화로 환자의 부모나 배우자가 겪는 심리적 부담과 돌봄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2기 센터는 지역·질병군·생애주기별 자조모임을 신설해 응급 대처법, 약물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이 경험을 나누며 위로 받을 수 있도록 환자 부모지원 모임을 활성화하고,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 환자와 신규 진단 환자 간 멘토링 프로그램도 시도한다. 1기 사업 때 구축된 의료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최신 장비가 도입됐지만 정작 환자들은 이런 옵션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국 권역별로 의료진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뇌전증 수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뇌전증 바로 알기' 표준 교육과정을 개발해 직군별 맞춤 교육도 실시한다. 환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교사, 상담사, 소방관, 경찰관과 같은 게이트키퍼가 뇌전증을 정확히 이해하면 차별과 편견 해소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인사팀과 학교 보건교사 대상 교육은 각각 채용·인사관리에서의 부당한 차별을 예방하고 뇌전증을 겪는 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국민 인식개선 사업을 통해서는 '뇌전증은 관리 가능한 신경계 질환'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뇌전증 환자들의 스토리를 발굴해 '희망 메신저'로 활동하도록 지원하고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콘텐츠도 제작한다. 또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선정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줄이는 데 힘쓸 예정이다.



2기 뇌전증지원센터는 '함께 만들어가는 센터'로서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뇌전증 환자도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날을 꿈꿔본다.

손영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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