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1위 PC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달려가고 있다. 최다 접속자 수가 4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전세계 게임 이용자들의 접속량이 막대한 데다 특히 한국 게임사들이 핵심 공략대상인 중국 이용자들에게 각사의 대표 게임을 알리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출시한 지 수년이 지난 게임을 스팀에 선보이는 한편 아예 개발 단계부터 스팀 출시를 고려한 전략적 게임까지 스팀에 내놓고 있다.
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251270)은 올해 하반기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나 혼자만 레벨업: 오버드라이브’를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한다. 웹툰·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 지식재산권(IP) 기반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스팀·콘솔 플랫폼에 최적화한 게임이다. 나혼렙 어라이즈는 넷마블 적자 탈출의 일등공신으로 꼽힐 정도로 넷마블의 효자 게임이다.
넥슨은 이달 4일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 글로벌 버전을 스팀에 정식 출시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2021년 2월 일본, 2021년 11월 한국·미국·태국 등 237개국, 2023년 8월 중국에 진출해 수년간 인기를 얻은 게임이다. 앞서 시프트업(462870)도 지난달 12일 ‘스텔라 블레이드’의 PC 버전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지난해 4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독점 퍼블리싱 하에 플레이스테이션5(PS5) 플랫폼에 출시된 바 있는데 약 1년 2개월만에 스팀에서 출시된 것이다.
게임사들이 기존 게임을 스팀에서 재출시하는 이유는 글로벌 이용자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스팀의 최다 동시 접속자 수는 3000만~4000만 명 수준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이 몰려있다. 모바일이나 콘솔에 특화된 게임을 거대한 파급력을 가진 PC 플랫폼 선보이며 새 이용자를 유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텔라 블레이드의 판매량은 지난달 스팀 출시 직후 300만 장을 돌파했다. 스팀에서만 130만 장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플랫폼 대비 더 큰 화면에서 정교한 조작을 할 수 있어 기존 이용자들을 묶어 두는 효과도 기대된다. 김용하 넥슨게임즈(225570) 총괄 PD는 “이번 스팀 버전 출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더 많은 글로벌 이용자에게 게임의 매력을 선보이고 IP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스팀 출시로 중국 진출 효과도 기대된다. 중국 정부는 스팀 글로벌 버전 기능을 일부 제한하지만 다운로드 등은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장 조사 업체 니코파트너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PC 게임 이용자의 79%가 현지망을 우회하는 접속 방법인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지 않고도 글로벌 스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판호를 받급받지 않고도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팀 출시 자체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 지역 출시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개발 단계부터 스팀 출시를 목표로 한 게임도 증가하고 있다. 크래프톤(259960)은 ‘서브노티카2’와 ‘펍지: 블라인드스팟’을, 엔씨소프트(036570)는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와 ‘블레이드 앤 소울 히어로즈’를,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카카오게임즈(293490)는 ‘갓 세이브 버밍엄’과 ‘크로노 오디세이’를, 펄어비스(263750)는 ‘붉은사막’을, 위메이드맥스(101730)는 ‘미드나잇워커스’를 스팀 등에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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