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조선사 케이조선이 매물로 나왔다. 매각 측은 비슷한 규모 경쟁사인 대한조선의 시가총액을 근거로 1조 원 몸값을 기대 중이다. 2021년 인수 금액인 2500억 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때 법정관리까지 겪었던 회사가 조선업 호황을 타고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연합자산관리·KHI 컨소시엄은 주요 회계법인 등에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주관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매각 대상은 컨소시엄이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58%다.
케이조선은 STX조선해양 시절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까지 올랐던 대형 조선소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10년 넘게 채권단 관리와 법정관리를 거쳤다. 2021년 KHI·유암코 컨소시엄이 2500억 원에 인수했다.
새 주인을 맞은 케이조선은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9347억 원, 영업이익 112억 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뤘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856억 원, 영업이익 127억 원의 호실적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력 선종인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의 선가가 오른 덕분이다.
매각 측의 자신감은 경쟁사 대한조선에서 나온다. 대한조선은 최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1조 원 넘는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에 특화해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1조 746억 원에 영업이익 1582억 원을 달성한 게 주요 근거다. 이에 따라 케이조선 예상 매각가도 당초 5000억 원에서 1조 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잠재 인수 후보로는 한화오션(042660)을 보유한 한화그룹, HD한국조선해양(009540)을 산하에 둔 HD현대(267250)그룹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케이조선 인수를 통해 도크를 추가 확보하고 선종을 다각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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