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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反美 연대’ 강화… “트럼프, 황제 놀음 그만”

■ 리우 정상회의서 또 美에 대립각

세계 GDP 27% 몸집 커져

"美 주도 세계화 모델 실패"

관세정책 등에 날 선 비판

금융·경제시스템 아직 미비

習 불참은 리더십 불안 방증

서방 대체하기에는 역부족

7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인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BRICS)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등 주요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선진국에 비해 미약하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브릭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계기로 ‘반미(反美) 연대’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7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쏟아져나왔다. 전날 ‘무차별적 관세 부과’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개최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 등 주요 대외 정책을 통보하듯 내놓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소셜미디어로 다른 국가를 위협하는 것은 매우 잘못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전날에도 브릭스가 공동성명을 공개한 직후 트루스소셜에 “브릭스에 동조하는 국가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룰라 대통령은 “주권 국가인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선한 일을 하는 이들을 처벌하려는 이가 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달 전인 5월 정상회담을 위해 미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남아공이 백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등 ‘모욕 외교’를 당한 전력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관세 ‘위협’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브릭스가 미국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제 규모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출범한 브릭스는 현재 세계 GDP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으며 회원국 수도 11개로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에서 미국을 뺀 6개국(캐나다·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세계 GDP 비중은 2000년 35%에서 지난해 18%로 반 토막 났지만 브릭스는 같은 기간 10%에서 27%로 3배 가까이 커졌다. 구매력 측면에서는 이미 G7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릭스에서 중국 비중은 약 70%로 절대적이지만 최근 인도와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국가들이 4~6%대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국제사회에서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브릭스가 반미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등 서방이 ‘민주 대 독재’를 기준으로 브릭스를 규정하려던 시도는 미국 일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당성을 잃고 있다. 브릭스는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설 대안도 꾸준히 물색해왔다. 브릭스 회원국들 간 무역에서는 달러가 아닌 각국의 통화를 활용하는 방안, 특히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를 국제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다만 브릭스가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를 대체할 만큼 세력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회원국 간에 이견이 빈번하고 서방이 주도하는 금융·경제 시스템과 비교하면 브릭스의 금융 시스템이 미약한 탓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정상회의에 불참했다는 점도 브릭스의 리더십이 공고하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회의에는 중동의 긴장 고조를 명분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의 정상들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들은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 미국의 인공지능(AI) 칩을 대거 사들이며 미국과의 관계가 전에 없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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