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쟁점 법안의 단독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에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해 국가 지원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야당의 반발은 철저히 외면했다. 이재명 정부 초반 입법을 통해 국정을 지원하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지만 독주에 가까운 국회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여당 상임위 위원장·간사들과 만찬에서 국민에게 누차 약속했고 추진해왔던 입법들이 차질 없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그런 만큼) 방송 3법도 반드시 처리돼야겠고,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 민생에 직결된 법안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의 입법 과속은 눈에 띌 정도다. 전날 최민희 과방위원장 등 민주당 강경파들이 밀어붙인 방송 3법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에는 지역화폐법 개정안이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지역화폐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 거부권에 폐기됐던 법안으로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38개 중점 처리 법안 중 하나다. 특히 국가의 재정 지원을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강화했다. 지방정부의 재정이 부실한 만큼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지만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지역화폐 자체가 이 대통령의 시그니처와 같은 정책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입법으로 비춰질 소지도 크다.
정가에서는 당초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민생과 경제 이슈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야당과 협치를 강조해온 만큼 당분간 국회에서 쟁점 법안 강행 처리는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현재 돌아가는 양상은 전혀 딴판이다.
이날 교육위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의 국비 지원을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도 했다. 야당의 내홍 속에 여당의 단독 처리가 두드러져 이런 합의 처리는 예외적으로 보일 정도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전 정부에서) 거부권 법안과 관련해서는 이달 중에 처리한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쟁점 법안에 대한 강공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이날 박찬대 의원은 내란범 정당의 보조금을 차단하는 내란특별법도 발의했다. 전당대회용 발의로, 야당에 대한 파상공세의 일환이다.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포함한 ‘더 센 상법 개정안’도 이달 11일 공청회를 거쳐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관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도 이달 중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대해 ‘추석 전 얼개’ 목표를 제시했던 만큼 9일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열고 3개월 내 검찰 개혁 입법 마무리를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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