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퇴직연금 계좌(IRP)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 상위 종목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같은 젊은 연령층 일수록 관련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투자 성격을 띈 퇴직연금 가입 고객일수록 ‘해외형 ETF 상품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증권에 의뢰해 삼성증권 IRP 가입 고객 15만 7404명의 올 상반기(1~6월) ETF 순매수 종목을 분석한 결과 미국 지수형 ETF 비중이 높았다.
20대 가입자의 순매수 톱5 상품은 운용사만 다를 뿐 미국 S&P500 지수나 나스닥100 등 미국 지수형 ETF였다. KODEX 미국S&P500 순매수액이 12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TIGER 미국S&P500(7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KODEX 미국나스닥100(5억 원), ACE 미국S&P500(3억 원) 순이다. 30대 가입자도 20대와 상품 순매수 규모만 다를 뿐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KODEX 미국S&P500(190억 원)과 TIGER 미국S&P500(115억 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40대 가입자도 미국 지수형 ETF 위주로 순매수 했으며, 미국 장기국채 ETF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KODEX 미국S&P500(314억 원)이며,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순매수액은 104억 원이다. 50대 가입자는 20·30·40대와 유사한 상품을 순매수 하면서 배당형 ETF를 함께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상위 종목 중 하나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15억 원)는 미국에 상장된 ‘슈왑 US 배당 에쿼티’ 국내판으로, 우량 고배당 기업에 투자하는 월분배 ETF다.
가입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미국 장기국채나 반도체에 투자하는 ETF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60대 가입자의 경우 순매수 상위 5개 상품 중 2개가 미국 장기국채 상품이었다. 이들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각각 145억 원, 60억 원 순매수했다. 70대 가입자는 미국 지수형·장기국채 ETF 외에 반도체 ETF까지 포트폴리오 상품군을 확대했다. 이들은 KODEX 반도체를 10억 원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장기 투자 관점에서 한국 지수형 보다 미국 지수형을 더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우상향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올 들어서는 미국 지수형 ETF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춘규 삼성증권 연금팀장은 “IRP 세제 혜택과 더불어 장기 투자 관점에서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영향"이라며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지수형 ETF 움직임도 고려해 볼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퇴직연금 가입 연령층이 낮을수록 IRP를 통한 ETF 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IRP 가입 고객의 올 1~6월 포트폴리오에서 ETF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49.8%로 가장 높았으며 40대(45.6%)·20대(42.4%)·50대(37.2%)·60대(24.8%)·70대(11.9%)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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