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최고 체감온도는 31도 이상으로 어르신·영유아와 같은 취약인에 대한 폭염 영향 예보가 주의 단계로 예상돼요.” 오후 6시가 되자 알람과 함께 “기상청의 폭염 영향 예보를 알려드릴게요”라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에 두 번 기상청 폭염 정보를 어르신에게 전하는 노인 돌봄 인공지능(AI) 스피커의 기능이다.
전국 곳곳에 극심한 폭염이 찾아온 가운데 기후 재난 취약 계층인 노인의 온열 질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AI를 이용한 돌봄 체계 마련에 나섰다.
9일 기상청은 디지털 시니어 케어 서비스 업체인 마크노바와 협업해 이달 4일 노인 돌봄 AI 스피커에 폭염 영향 예보 음성 전달 시스템 확장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 폭염 영향 예보 음성 전달 시스템은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AI·사물인터넷(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 디바이스를 이용한다. 지난해 제주 북부에서 약 100가구에 시범 도입된 뒤 만족도 91%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자 전국 약 4000가구에 확대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기상청 폭염 영향 예보를 기준으로 어르신의 위치 정보를 파악해 해당 지역의 폭염 정보를 안내한다. 안내 시간은 하루에 두 번, 낮 12시와 오후 6시다. 폭염 영향 예보 위험 수준에 따라 어르신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별 대응 요령도 전달한다. 체감온도 37도 이상인 날이 하루 이상 지속돼 ‘위험’ 단계에 도달하면 대응 요령 안내 영상이 자동 재생된다. 기상청의 이 같은 대응은 폭염의 위협이 재난 수준으로 고조되는 데 따른 것이다. 8일 낮 최고기온은 37.8도까지 치솟으며 역대 7월 상순 일일 최고기온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하루 온열 질환자는 모두 238명(사망 1명 포함)으로 5월 15일 온열 질환 감시 체계를 가동한 이래 누적 온열 질환자는 총 1228명을 기록해 1000명을 넘어섰다.
서울시도 AI를 이용한 스마트 관제 실험을 시작했다. 서울시 돌봄고독정책관 고독대응과는 기존 IoT 기기를 통해 노인 취약 계층에 비대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약 어르신 안전관리 솔루션 사업’과 AI를 접목시키는 실증 사업을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시행한다.
서울시는 IoT가 설치된 약 1만 3070가구에서 모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르신들의 생활 패턴을 4단계로 분류해 AI로 만들었다. 예산상의 이유로 IoT가 설치되지 않은 노인 취약 계층 가구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AI를 실행시키기만 하면 AI가 자동적으로 어르신의 생활지수를 분석한다. 만일 생활지수가 60점 이하로 떨어지면 AI는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품질 검사 결과 AI의 정확도는 98.86%에 달했다고 한다.
AI 도입의 장점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이용자 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 돌봄을 돕는 생활지원사나 돌봄 기관 종사자가 쉬는 야간·주말에는 위급 상황 시 공백이 발생하기 쉬운데, AI를 이용해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관악·금천구 2개 자치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노인 취약 계층의 약 40%까지 모니터링을 확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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