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증권 업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권 업종이 타 업종 대비 자사주 비율이 높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형 증권 업종의 경우 올해 국내 증시 호조에 따른 거래대금 수익 증가도 예상되는 만큼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부국증권(001270)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만 3950원(29.90%) 오른 6만 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2거래일 동안 주가가 47% 넘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투자 자금이 몰렸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국증권의 경우 자사주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2.7%다.
자사주 비율이 53.1%로 국내 상장사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인 신영증권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2만 4400원(17.18%) 오른 16만 64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자사주 비율이 25.1%에 달하는 대신증권(003540)도 전 거래일 대비 11.03% 상승하며 종전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아울러 유화증권(003460)(9.71%), 현대차증권(001500)(9.27%), 미래에셋증권(006800)(6.76%) 등 증권 업종 주가 대부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피 상장 증권사들만 모아 놓은 ‘증권’ 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6.17% 상승했는데 이는 거래소가 분류한 전체 49개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그 외에 미래에셋생명(085620), 코리안리(003690), 롯데지주(004990) 등 자사주 비율이 높은 상장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자 코스피 지수도 덩달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8.79포인트(0.60%) 오른 3133.74에 거래를 마친 코스피 지수는 사흘 연속 상승 마감에 성공하며 연중 최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확대 과정에서 거래대금 관련 수익 증가와 상법개정안 등 주주환원 강화 법안 시행 시 주요 대형사들의 추가 주주환원 확대가 기대된다”며 “최근 증권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에 도달했지만 그 이상의 추가 상승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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