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제조사 REC실리콘에 대한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한화는 REC실리콘 인수를 통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하려 했으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REC실리콘은 8일(현지 시간) 한화의 노르웨이 법인 앵커(Anchor AS)가 이날 마감한 공개매수에서 회사 전체 발행 주식의 42.91%(1억 8049만 8818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앞서 4월 앵커를 통해 약 9억 2500만 크로네(약 1200억 원)를 투입, REC실리콘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앵커는 지분 인수 후 REC실리콘을 상장폐지하고 완전 자회사로 둘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주 다수가 한화가 제시한 주당 2.20크로네의 매수가격이 기업가치에 비해 낮다고 반발했다. 앵커는 결국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분 42.91%를 모으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한화와 한화솔루션(009830)이 보유한 33.34%의 지분을 포함한 것으로 앵커는 시장에서 9.57%의 지분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한화는 2022년 REC실리콘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REC실리콘이 생산한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한화는 즉각 계약을 취소했고 REC실리콘은 관련 공장 문을 닫는 등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화가 REC실리콘 공개매수에 실패하면서 공은 REC실리콘 이사회로 돌아갔다. 현재 이사회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워터스트리트캐피털이 이끄는 소액주주 연합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열린 주총에서 이들은 한화가 기존에 추천한 이사들을 해임하고 새 이사진을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 이외에 회사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사회도 한화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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