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9곳이 미국 관세율이 15% 이상 오르면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10%(보편관세)에서 25%(상호관세)로 관세율이 바뀌는 다음 달부터 수익성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2%가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10% 미만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기업은 42%, 10~15% 수준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50%였다.
올해 하반기 국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5.0%), 선박(-2.5%), 석유화학(-2.2%), 일반기계(-2.2%), 자동차(-0.6%), 반도체(-0.5%) 등 6개 업종은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바이오헬스(1.6%), 전자부품(1.3%), 전자부품(0.8%), 컴퓨터(0.4%) 4개 업종은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은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45.6%)를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원가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해외 현지생산 확대(14.7%) 등을 대비 중이라고 답했다.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14.2%를 차지했다.
수출 채산성(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규모)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도 38.7%에 달했다.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14.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7개 업종에서 채산성 '악화' 응답 비중이 높았다.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이 높은 업종은 반도체와 선박 등 2개 업종뿐이었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44.8%)가 가장 높았으며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 (34.5%) △인건비 등 운영비용 증가(13.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법으로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37.0%)와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발굴 지원'(12.6%) 등을 요청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은 한계가 있다"며 "통상협정과 수출 지역 다변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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