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정된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는, 정말 예상 밖이었다. 최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관광 업계’ 인사로 문체부 장관이 되는 것은 2008년 현재의 문체부 체제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다만 중요하게는 최휘영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놀유니버스 같은 여행플랫폼(또는 온라인여행사·OTA, 회사 측은 ‘여행·여가·문화 종합 플랫폼’으로 설명)는 문체부가 관할하는 관광진흥법 아래의 관광업체가 아니다. 즉 문체부 관할 업체가 아닌 셈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콘텐츠와 예술, 체육, 관광, 종교 등을 담당하는 부처인 데 모든 업무는 관련 법률에 따라서 진행된다. 당연한 소리다. 이 가운데 관광의 준거 법률은 ‘관광진흥법’이다. 이 법률은 1976년 관광사업법으로 시작돼 1987년 관광진흥법으로 개편됐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관광 분야의 핵심 법률이지만 관광진흥법이 직접 다루는 대상은 여행사, 관광지, 숙박업소, 국제회의업, 카지노, 테마파크 등이다. 반면 관광에서 핵심적인 분야인 항공사·철도 등 교통, 면세점 등 유통, 제조업, 그리고 온라인 여행플랫폼 등은 법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놀유니버스 같은 여행플랫폼들은 최근 급성장한 관광 분야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시스템화되지 못했다.
문체부가 실시한 관광진흥법 기준 관광산업 조사에 따르면 관광산업 총매출액은 2019년 26조 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소 위축된 2022년 17조 원 이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GDP가 2040조 원(2022년은 2323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산업 매출은 GDP의 1% 남짓밖에 안되는 셈이다. 우리 관광산업 규모가 터무니 없이 작다. 당연히 이는 통계기준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는 다르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에 따르면 관광산업 비중은 2019년 기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했고 3억 3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오는 2033년에는 15조 5000억 달러로 더욱 성장해 세계 GDP의 11.6%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 규모 또한 4억 3000만 명으로 세계 노동 인구의 약 12%가 관광업체에 종사하게 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관광 업무의 포괄과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관광진흥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있지만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관광 업무는 현행 시스템 아래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행정자치부 등 다른 부처 업무까지 포괄해야 하는데 부처 칸막이 등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 민간공동대표 이훈 한양대 교수의 주관으로 ‘국회관광산업포럼’이 출범했다. 이러한 관광 시스템을 개편해보기 위한 국회 차원의 의지에서였다. ‘국회관광산업포럼’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두 번의 공개 심포지엄을 가진 바 있다.
현재 국회관광산업포럼에는 현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관광 관련 협회, 학계, 여행사, 여행 전문 언론사, 몇몇 로컬 관광서비스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항공사나 유통사, 주요 여행 플랫폼 등 기업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최휘영 장관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놀유니버스도 마찬가지로 참여 명단에 없다. 여행플랫폼들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사례로 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은 호텔신라 대표인데 마찬가지로 이 기업도 포럼 참여 명단에 없었다. 여행플랫폼과 호텔은 다른 부처 법률의 관할이다.
당시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전체 관광산업 생태계에서는 17개 업종이 관여한다. 하지만 관광진흥법상 기업 비중은 관광산업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기존 관광 법제는 관광 발전 선도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하다. 관광대국 도약을 위해서는 관광 법제 재정비가 시급하다” 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여행플랫폼·OTA에 대한 관심이 컸다. 꼭 찍어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에 맞는 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여행상품중개업, 정보통신업 등을 아우를 수 있는 관광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결국 ‘최휘영 장관’이 할 일이 엄청 많다는 의미다. 관광진흥법 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관광에 대한 사회의, 특히 정치권의 관심이 적었다는 이유가 된다. “놀고 먹는 분야”라는 식이었다. 최 후보자는 우선 자신이 속한 여행플랫폼이 관광 법률에 포함되도록 하는 일이 최우선이지 않을까. 이를 테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론인 ‘글로벌 소프트웨어 빅5의 문화강국’ 실현은 기본 시스템 정비에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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