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패널의 판매 비중이 올해 7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제품이 인기를 모으면서 저전력·고해상도를 동시에 구현하는 패널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가 이 패널을 애플에 독점 공급 중이어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점유율 격차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고부가 제품인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비중이 지난해 60.2%에서 올해 70.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옴디아는 LTPO OLED 성장세가 향후 더 가팔라져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2027년에는 80%를 넘기고 2032년에는 85%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이 주도하는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 비중은 지난해 39.8%에서 올해 29.9%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7년에는 19.7%, 2032년에는 15.1%까지 비중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LTPO OLED는 패널에 탑재되는 박막트랜지스터(TFT)에 LTPO를 적용해 전자의 이동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류 누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제품이다. 기존 정보기술(IT) 기기용 패널에는 LTPS 소자가 많이 쓰였는데, 이는 LTPO에 비해 전류 누설이 있어 배터리 소모가 빠른 편이다. LTPO OLED는 생산공정이 까다로워 제조 난도와 단가가 높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쓰였지만 AI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LTPO 패널을 전량 공급하며 매출이 급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TPO 패널 매출이 2022년 143억 달러에서 지난해 123억 달러로 소폭 줄었지만 1위를 지키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애플 공급망 진입으로 LTPO 매출이 2022년 22억 달러에서 지난해 95억 달러로 치솟았다. .
중국의 경우 자국 스마트폰에 LTPO OLED를 공급하며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지만 아직 기술과 규모 면에서 국내 기업들과 격차가 있다. 업체별로는 BOE가 35억 달러로 가장 많고 차이나스타가 15억 달러, 비전옥스가 16억 달러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 LTPO OLED 패널에서 삼성과 LG의 매출이 한층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애플이 LTPO 적용 모델을 프로와 프로맥스로 한정했지만 9월 출시하는 아이폰17 시리즈부터 전 모델에 LTPO 패널을 탑재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LTPO 패널은 삼성·LG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해왔으며 BOE는 LTPS OLED 패널만 일부 공급했을 뿐이다. BOE는 올해 LTPO 제품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어 새롭게 애플 공급망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 판결이 11일(현지 시간) 나와 BOE 제품의 미국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TC는 BOE를 비롯한 자회사 7곳 등 8개 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이용했다고 봤는데 예비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 측 영업비밀을 활용해 만든 BOE의 패널·모듈과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 등의 미국 수입이 금지된다. 예비 판결의 경우 ITC가 불공정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 내리기 때문에 최종 판결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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