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국경일 중 유일하게 공휴일에서 제외된 '제헌절(7월 17일)'을 다시 '빨간날'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연이어 논의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을 발의한데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내고 "제헌절의 위상 회복을 위해 공휴일로 다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전날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필요성과 주요 논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제헌절은 유일한 ‘비공휴일 국경일’이므로 국경일로서의 위상 회복이 필요하다"며 "국경일 간에 중요성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국경일보다 상징성이 떨어지는 기념일(어린이날 등)도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처는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해 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문화 행사, 캠페인 등을 통해 헌법의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국민의 헌법적 정체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며 비슷한 사례로 ‘한글날’을 꼽았다.
조사처는 "2024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2025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계기로 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며 여론조사 결과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것에 대해 찬성 여론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주요한 사건들은 모두 헌법의 제정, 개정, 헌법의 수호를 둘러싼 투쟁과 타협의 연속이었으며, 이는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하며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제헌절의 위상을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지난 1948년 7월 17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광복절, 개천절, 3.1절과 함께 공식적인 국경일이자 공휴일로 지정됐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공휴일을 조정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제헌절은 공휴일 지위에서 제외했다. 주 5일 근무제 확산에 따라 연간 휴일 수가 늘어나면서 기업 부담과 생산성 저하 우려를 이유로 일부 공휴일 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헌법 가치의 퇴색, 국경일 의미의 약화, 국민 인식 저하 등의 문제가 지적돼 왔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8.2%)이 제헌절 공휴일 부활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지난해 등장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달 9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5대 국경일 중 유일하게 공휴일에서 제외된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토요일 및 일요일 또는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 의원은 “제헌절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계를 세운 날로서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며 “공휴일 지정은 국민이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주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제77주년 제헌절이 임박한 가운데 올해 안에 공휴일로 재지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침체된 내수 촉진을 위해 제헌절 다음날인 18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7월 중순은 여름 휴가와 방학이 겹쳐 실제 휴무일 지정 효과가 크지 않고 제헌절과 광복절이 의미가 중첩된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