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엔비디아발 훈풍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향 인공지능(AI) 반도체 H20 판매 재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리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맏형인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92% 오른 6만 3700원에 15일 마감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AI 반도체 H20의 수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방문 중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우리의 수출 허가를 승인했고 우리는 출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H20을 중국 시장에 빠르게 발송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는 정말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에 맞춰 기존 최신 AI 칩보다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이번 수출 재개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따른 규제 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H20의 중국 수출이 재개되면서 국내 메모리 업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H20에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가 주로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상무부가 HBM2 이상 제품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H20의 중국 수출이 재개되면서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반등이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가는 HBM 시장에서의 확고한 기술 리더십 확보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본격적인 회복이 확인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단기 호재를 넘어 주가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차세대 제품인 HBM3E의 주요 고객사 공급과 HBM4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부진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실적 반등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기조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위해서는 거시 경제 불확실성을 뛰어넘는 실적 개선 증명이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코스피 지수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지수 전체의 방향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발 호재에 다른 반도체 밸류체인 종목들도 상승 마감했다. 같은 날 에프에스티(6.85%)와 심텍(14.35%)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차익실현 매물과 마이크론발 공급 과잉 우려가 겹치며 0.5% 하락해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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