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웹브라우징 에이전트와 심층 추론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챗GPT 에이전트’를 내놓았다. 복잡한 작업도 사람처럼 수행해 진정한 의미의 ‘AI 비서’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xAI 등 경쟁사들의 도전이 거세지자 AI 사용 편리성을 대폭 개선해 ‘서비스’로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17일(현지 시간) 오픈AI는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챗GPT 에이전트’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올 1월 내놓은 오퍼레이터에 딥리서치를 결합한 형태다. 오퍼레이터는 지시 사항에 따라 웹브라우징을 대신 해주는 AI 에이전트다. 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수행하지만 지시 사항이 복잡할수록 이해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수백, 수천 개의 웹페이지를 검색해 분석하는 심층 추론 기능 딥리서치를 결합했다. 두 기능이 합쳐지면서 복잡한 작업과 자료 분석 요청까지 함께 처리하는 진화된 형태의 AI 에이전트가 탄생한 셈이다. “이번 주 일정이 없는 시간을 파악해 오후 6~9시에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이탤리언 식당이나 한식당 중 적정 가격대에 예약 가능한 곳을 찾아줘” “최근 3년간 기업 실적을 분기별로 정리하고 분석한 뒤 엑셀과 발표용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줘” 같은 복잡한 명령을 사람처럼 처리하는 방식이다.
‘챗GPT 에이전트’는 요청한 작업을 클라우드상의 ‘가상 컴퓨터’가 처리하는 만큼 명령을 내린 후 작업 중인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 가상 컴퓨터 속에서 웹브라우징이 필요한 일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이고 뒷단에서 가능한 일은 문자 기반 터미널에서 고속으로 작업한다. 구글 캘린더, 메일, 드라이브 등 외부 서비스를 연결했다면 데이터를 끌어와 처리할 수도 있다.
단순한 웹브라우징 도우미를 넘어선 ‘AI 에이전트’ 출시는 오픈AI가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경쟁사의 AI 검색·모델 성능 강화 흐름 속에 오픈AI가 ‘초격차 기능’으로 반격에 나선 셈이다. 최근 오픈AI는 AI 모델 성능지표에서 정상의 자리를 연달아 빼앗기고 있다. 실제 올 4월 추론 모델 o3와 o4 미니를 공개한 후 최신 업데이트는 끊긴 상황이다. 그사이 구글 ‘제미나이 2.5 프로’, xAI ‘그록4’ 등 신형 AI 모델이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LM아레나 1위는 구글 ‘제미나이 2.5 프로’가 휩쓸고 있다. 챗GPT가 1위를 차지하는 분야는 이미지 생성과 편집뿐이다.
AI에서 시작한 오픈AI가 검색, 상거래, 웹브라우저, 모바일 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물적·인적 자원이 분산된 데다 최근에는 핵심 인재가 잇따라 메타로 유출되면서 AI 개발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날도 오픈AI 핵심 연구원인 한국인 정 모 씨가 메타 초지능팀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픈AI는 보상 강화를 선언했으나 자금력이 탄탄한 메타와 끊임없이 외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오픈AI 간 ‘치킨게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색·상거래 등 플랫폼과 모바일 생태계를 거머쥔 구글의 반격도 매섭다. 전날 구글은 미국 내 AI 검색에 ‘제미나이 2.5 프로’ 추론·딥리서치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구글 검색에 제미나이의 모든 기능이 통합된 셈이다. 챗GPT 검색과 퍼플렉시티 등에 사용자를 빼앗기던 구글이 고성능 AI를 앞세워 역습에 나서는 양상이다. 같은 날 구글이 공식 출시한 ‘AI 비즈니스 전화’에도 플랫폼의 강점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드러났다. 사용자를 대신해 AI가 업체에 전화를 걸어 가격·재고 등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이다. 표면적으로는 AI 전화일 뿐이지만 실상은 ‘비정형 오프라인 상거래 데이터 수집’이 목적이다. 실시간 업데이트가 힘든 소상공인 데이터를 AI 전화로 수집해 상거래와 연결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오픈AI는 업계 전반의 AI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성능지표에 매달리기보다는 서비스 품질을 높여 선점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크계 관계자는 “오픈AI는 빠른 성장만큼 늘어난 적자 폭을 끊임없는 외부 투자로 버티는 스타트업식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빅테크와 ‘쩐의 전쟁’을 벌이며 AI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서비스와 소비자 경험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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