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018250) 인수전이 시장 예상과 달리 유력 후보이던 일본 생활용품 기업 라이온코퍼레이션이 이탈하며 3파전으로 압축됐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전은 태광그룹-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 3개 후보 간 경쟁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최근 예비입찰을 거쳐 3곳의 후보를 최종 적격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하고,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라이온코퍼레이션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입찰은 이르면 8월 말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연내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거래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라이온코퍼레이션이 일본 및 한국 사모펀드(PE)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라이온 측의 인수 의지가 크지 않아 탈락했다. 한 IB 관계자는 “라이온코퍼레이션이 PE와 협업해 애경산업 인수를 검토한 것은 맞지만 다른 후보에 비해 다소 소극적이었다”며 “결과적으로 탐색 수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 매각자는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 63.38%가 매각 대상이다.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인수 후보들 대부분이 매도자 측의 희망 매각가인 6000억 원 내외의 가격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 후보 중 한 곳인 태광그룹과 티투PE 연합은 과거 태광그룹이 애경산업과 유사한 생활소비재 사업을 전개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인수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교환사채(EB) 발행 논란이 불거지며 자금 조달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후보인 앵커PE는 1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조성한 대형 펀드)를 운용 중이어서 빠른 집행력과 과거 소비재 인수·운영 경험을 앞세워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앵커가 투자한 화미, 헬스밸런스처럼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하는 전략에 능하다는 평가다.
폴캐피탈코리아도 쇼트리스트에 포함되며 의외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중견 운용사지만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당시 라데팡스파트너스와 공동 투자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소비재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애경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애경산업을 매각하고 있다. 자산을 정리해 약 8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모태사업이다. 화장품 브랜드 루나(LUNA), 에이지투애니스(AGE20’S), 생활용품 이공팔공(2080), 케라시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511억 원, 영업이익 6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63.3% 감소한 실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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