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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빼고 다 바꾼' 그때처럼…"퍼스트 무버 新비전 세워야"

<하> 리더십 복원한 '뉴삼성'…삼성 전직 사장단의 고언

이건희 선대회장 넘을 혁신 필요

초격차 위한 인재·기술경영 강화

뼈 깎는 조직 문화 개선 요구도

"반도체 등 주력 사업 회복 위해

기술인재 영입·빅딜 서둘러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필적할,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들)로 이재용 회장을 다시 보는 비전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그룹의 오늘을 있게 한 삼성의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은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의 족쇄를 벗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뉴 삼성’을 위해 특단의 비전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3년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의 미래를 열었듯 이 회장도 삼성이 1등 기업으로 영속할 메시지를 삼성 전체 구성원들에게 알리며 다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선대회장께서는 신경영 선언을 중심으로 인재·기술에 대한 비전을 뚜렷하게 세웠다”며 “이재용 회장의 경우 자신만의 비전을 만들 시기에 사법 리스크 때문에 메시지를 제대로 발신하지 못했다”고 했다. 1967년 삼성에 입사한 손 전 원장은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과 삼성SDI 사장 등을 거치며 이병철 창업 회장과 이 선대회장을 보좌했다.

손 전 원장은 “이제는 이 회장이 뚜렷하게 비전을 수립해 삼성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3월 임원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했지만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비전의 중심은 ‘패스트 팔로(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혁신을 이끄는 방향으로 기대했다. 이 선대회장이 품질 혁신을 위해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시가 500억 원에 이르는 휴대폰과 팩스 15만 대를 불태우는 ‘화형식’을 단행했듯 반도체 등 주요 사업에서 근원 경쟁력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화형식’의 아픔을 겪은 삼성전자 휴대폰은 절치부심 끝에 2012년 세계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사업을 이끌며 TV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에 기여한 김현석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장은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트랜스포메이션(전환)과 신사업 개발 두 가지 영역에 대한 고민을 모두 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이전과 달리 자유롭게 의사 결정을 하고 생각할 시간이 생긴 만큼 공격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 삼성 비전을 중심으로 뼈를 깎는 조직문화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임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실수를 용인하면서 창의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했지만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는 동안 임직원들의 목표가 ‘현상 유지’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손 전 원장은 “그간 삼성의 인사가 재무나 인사 출신을 중용하는 경향이 많았고 이로 인해 ‘보신주의’와 ‘부서 간 칸막이’ 문화가 심해졌다”며 “과거 재직 당시 반도체 사업부에서는 매주 수요일 수백 명의 직원들이 모여 공정 진단 회의를 하며 기술 개발을 했는데 이제는 부서 간 정보 공유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술 인재 전진 배치가 초격차 복원의 시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크게 영위하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없다”면서 “10명 이상의 핵심 기술 인재가 사업을 이끌어야 하고 그 밑에서 수십 명을 더 키워야 반도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기술자를 더 우대하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로봇과 인공지능(AI), 냉난방 공조 기업들을 인수하며 신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인수합병(M&A)이 없었다.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ARM)과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등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불발됐다. 김 단장은 “반도체 분야 M&A도 충분히 가능한 타이밍”이라며 “AI 산업이 그간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이었지만 최근 추론 분야 시장이 커지면서 가속기의 역할이 다양화해 M&A를 검토할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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