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보합권에서 혼조로 마감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가 소폭 개선됐다는 지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최소 15%의 관세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에 증시는 힘을 받지 못했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42.30포인트(-0.32%) 내린 4만4342.1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7포인트(-0.01%) 밀린 6296.7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0.01포인트(+0.05%) 오른 2만895.66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들이 대체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전체 증시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애플이 0.55% 상승한 것을 비롯해 알파벳이 0.81% 오르고 아마존은 1.01% 올랐다. 테슬라와 메타도 각각 3.21%, 0.41% 올랐다. 매그니피센트7(주요 7개 기술기업)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0.32%)와 엔비디아(-0.34%)가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하락은 앞서 올 하반기 영업이익률이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영향이다.
美-EU 관세 협상 난항…트럼프, 15~20% 고집에 EU, 보복관세 우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EU와의 협상에서 최소 15%에서 20% 사이의 관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4월 2일 첫 상호관세 발표 당시 EU에 20%의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최근 EU에 보낸 관세 서한에서 3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U측은 서한을 받은 이후에도 협상을 이어가면서 앞서 미국과 무역 합의를 이룬 영국과 마찬가지로 10%의 관세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최근 제안한 자동차 관세 인하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해당 부문에 대한 관세를 25%로 유지하려는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시장은 이같은 보도가 8월 1일 상호관세 유예 조치 종료 이후 주요국간 무역 전쟁이 확산될 수 있는 신호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5~20%의 상호관세를 고집할 경우 이는 그동안 EU의 협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4월 2일 예고한 수준에서 별다른 진전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EU가 보복관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한 EU외교관은 FT에 “(보복 쪽으로) 분명히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우리는 15% 관세율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스켈리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시장조사·전략팀장은 “시장은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명확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주가 흐름은 답답한 양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美소비자 심리 7월에 소폭 개선…월러 연준 이사 “7월 인하 지지” 재확인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불안은 적어도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 상호관세 정책 발표 당시의 충격에서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다. 이날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7월 잠정치는 61.8로 전월(60.7)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 지수는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 흐름을 지속하다 5월 들어 미국과 중국의 스위스 제네바 무역 합의에 힘 입어 보합세를 기록한 뒤 6월 반등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7월 수치는 5개월 내 최고치다. 다만 지난해 말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미시간대 지표는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 조사 책임자인 조앤 쉬는 “소비자들이 경기 상황이나 노동 시장, 자신의 소득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1년 전보다 여전히 약하다”며 “최근 2개월간 감정이 좋아진 것은 소비자들이 4월과 5월에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은 위험이 줄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채 금리는 하락하며 미시간대 7월 심리지수에 반응했다. 1년 뒤 인플레이션 기대는 6월 5%에서 4.4%로 낮아졌다. 5~10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3.8%에서 3.6%로 둔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 전 구간에 걸쳐 하락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3bp(1bp=0.01%포인트) 하락한 3.880%에 거래됐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3bp내린 4.423%를 기록했으며 30년물 수익률은 2bp 떨어진 4.986%로 5%선으로 떨어졌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프리미엄카드 보유자를 위주로 여전히 소비가 견조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분기에 카드 회원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했다”고 말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관세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또 다른 신호다.
이런 가운데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고용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며 이에 따라 7월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민간 부문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 만큼 잘 돌아가는 게 아니다”라며 “지난달 우리가 본 고용 증가의 대부분은 공공 부문에서 일어난 것이고 이는 민간 고용이 특별히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시장에서 7월 금리 인하는 여전히 4.7%로 낮다.
월러 이사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그(트럼프 대통령)가 ‘크리스, 자네가 그 일을 해줬으면 좋겠네’라고 말한다면 ‘네’라고 답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나한테 한 것이 아니고 (차기 의장설은) 가정일 뿐이며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그러면서 “누구든 시장에서 신뢰받는 사람이 차기 의장이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등하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고 금리는 낮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 하원이 지니어스법안을 비롯한 3대 주요 가상자산 활성화 법안을 처리한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은 알트코인 위주의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4% 하락한 11만7803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반면 이더는 3.45%오른 3556달러에, 리플은 2.7%오른 3.45달러에 거래됐다. 도지코인은 9.75%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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