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장고 끝에 스카이댄스 엔터테인먼트와 파라마운트 글로벌 간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8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이번 인수합병(M&A) 거래는 다음 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FCC는 스카이댄스가 편향 없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이번 승인에 대해 “미국인들은 이제 기존 전국 뉴스 미디어가 완전하고 정확하며 공정하게 보도한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CBS의 중대한 변화에 대한 스카이댄스의 약속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소규모 스튜디오였던 스카이댄스는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 CBS, MTV·니켈로디언·코미디 센트럴 등 인기 케이블 채널들을 소유한 미디어 업계 주요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다.
파라마운트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레드스톤 가문 체제는 막을 내리고 엘리슨 가문 체제로 전환된다.
스카이댄스는 2006년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설립했다.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엘리슨 회장 일가는 인수 대금의 75%에 해당하는 60억달러를 투입한다. 나머지 20억달러는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 등이 참여한다.
엘리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정치적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민주당이 지명한 FCC 위원 안나 고메즈는 이번 합병 승인에 반대표를 던지며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 또한 “최악의 정치적 부패”라며 합병 과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이번 승인 결정은 파라마운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송을 1600만 달러에 합의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가 당시 부통령이었던 카멀라 해리스와의 인터뷰를 편집해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방송했다며, CBS와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2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 합의가 FCC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한 ‘뒷거래’였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파라마운트 측은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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